함흥서 태풍피해 잇따라… ‘1호 도로’ 침수에 주민 10여명 사망

조선중앙TV는 3일 태풍 ‘마이삭’ 북상에 따른 전국 각지의 상황을 보도했다. 리원철 함경남도 기상수문분국 함흥기상대장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성천강 수위가 위험수위를 초과해 5m 계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견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북한 함경남도 함흥에서 도로침수와 주택파손을 비롯해 주민 1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이번 태풍으로 함흥시 흥남구역과 낙원군을 연결 짓는 도로에 바닷물이 들씌워져 엉망이 되고 길을 가던 주민 13명이 휘말려 사망하는 사고들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언급한 도로는 흥남-서호-마전-신중으로 이어지는 길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머무는 특각(별장)과도 연결돼 13년 전부터 ‘1호 도로’로 지정돼 특별히 단속·관리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호-마전 구간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통행이 모두 금지돼 있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산을 끼고 돌아가야 하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매일 해당 구간을 지키고 서서 단속하는 안전원들에게 돈을 찔러주고 도로를 지나기도 하는데, 그런 이유로 이 길은 ‘안전부의 돈벌이 도로’로도 불린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바닷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도로에 이번 태풍으로 바닷물 폭탄이 떨어졌다고 말할 정도”라면서 “인명피해까지 발생하자 현재 안전원들은 흥남에서 신중까지의 도로를 차단한 상태로 지켜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로 주변의 아파트는 태풍에 유리창이 깨지고 발코니에 올려놓은 화분이나 물건들이 날아가 길 가던 주민들의 머리 위에 훌뿌려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을 잇는 등 그야말로 대소동이 빚어졌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뒤늦게 방송차까지 동원해가며 “태풍으로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빨리 피하라”고 거듭 권고했지만, 워낙 강한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통에 주민들이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어 소식통은 “서호수산사업소와 해군대학수산기지를 비롯한 80여개 수산기지들에서는 태풍예고와 함께 배들을 모두 바다에서 철수시키고 홋줄로 묶어 부둣가에 정박해놨으나 나무배들은 방파제에 부딪히면서 아예 산산조각이 나서 잔해물이 파도에 밀려나거나 떠다니고 있다”며 “이 또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2년여에 걸친 개건 공사를 마치고 개장한 함흥시의 랜드마크 마전유원지의 매점, 상점들도 출입문과 창문이 부서지고 날아가는 등 적잖은 피해가 발생해 현재 유원지 내부가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아직 알려진 것은 없지만, 바다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원수님(김 위원장) 특각과 군인휴양지로 불리는 그 주변의 장령각들에도 엄청난 손실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태풍 ‘마이삭’ 북상에 재난방송 체제를 가동해 태풍 피해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이 가운데 함흥 지역에 나간 취재 기자는 3일 오전 “서호·마전 해안가 지역에 50㎝의 해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도로가 물에 침수돼 차들이 운행하기 힘들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서호·마전 해안가 지역 강수량은 168㎜를 기록했고, 함흥 시내에는 68㎜의 비가 내렸다. 이밖에 이번 태풍으로 원산시는 전날(2일) 저녁부터 폭우가 내려 시내가 물에 잠겼고, 금강군에서는 하천이 불어나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통천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