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탈북민 ‘北서 온 이웃’으로 포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너도 혹시 간첩 아냐?’

방송에서 활동하던 탈북여성의 재입북 사건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후 탈북민들이 종종 듣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이 어떨지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남북출신 서로가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그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건 하나가 전체 탈북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종종 있어왔다. 북한의 군사 도발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었을 때 탈북민들은 북한정권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또한 일부 탈북여성이 생활고를 못 이기고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로 한국에서 연애와 결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탈북여성의 호소도 있었다.

통일을 대비하는 우리 사회는 탈북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 것일까, 또 어떻게 협력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지금 대한민국에는 3만 명이 넘는 탈북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 생각보다 많다고 느끼기도 하고, 적다고 느끼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매년 탈북민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민 수가 늘어나는 것은 5천만 남한 국민과의 접촉빈도와 강도가 증가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우리 생활과의 관계자 밀접해진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온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잘 살아간다는 건 통일한국에서의 북한 동포들도 우리와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공적 통일의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지는 것이고 통일준비 자신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통일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남북 주민이 같은 체제에서 같은 말을 쓰며, 하나의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북한은 미지의 세계이고, 그리고 북한에서 나온 탈북민도 여전히 신비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북한을 가보거나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 언론 등의 미디어와 구전을 통해 접할 뿐이다. 북한에서 나온 탈북민도 마찬가지다. 먼 북한을 탈출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 생소한 말투의 탈북민을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미디어는 아직 통일 이웃으로서 탈북민의 모습을 조명하지 않고, 또 우리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경상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경상도에서 이사 온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언론에 나온 대전 출신 시민의 말과 행동을 보고 대전 사람 모두가 그럴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특정 지자체장의 과오로 그 지역 사람 전체를 폄하하지도 않는다. 독자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위 지역 명칭에 북한 지역과 탈북민을 넣고 한 번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는 무의식중에 편견과 차별로 탈북민을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현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남북하나재단이 실시한 탈북민 실태조사에서 탈북민들이 남한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31%가 편견과 차별을, 24%가 남한문화와의 갈등을 꼽았다. 탈북민 고용률과 학업성취도 같은 경제적 지표는 나아지는 반면 심리적 지표는 개선이 더 필요하다. 작년 한 매체와 남북하나재단이 공동 기획한 탈북민 밀집지역 주민통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한 주민이 탈북주민에게 가진 심리적 거리감이 탈북주민의 경우보다 더 컸다.

분단국가인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노래를 부르지만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다. 통일연구원의 2017년 통일인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은 필요하다’는 의견은 불과 57.8%, ‘평화적 분단도 괜찮다’는 의견은 46%나 나왔다. 분단과 통일은 내 삶과 무관하다는 응답도 58.6%에 달했다. 이러다 분단이 익숙해져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통일(Unification)과 달리 통합(Integration)의 기반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전혀 다른 세상이던 북한 내부에 장마당이 들어서서 북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시장경제를 알게 되고, 한류 문화를 접하고 있다. 남한에서도 북한출신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사회 내 교류는 증가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기반이 형성되는 만큼 통일준비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처럼 휴전선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의 주민들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노력과 연습은 필요하다. 통일준비는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탈북민을 고향만 이북인 우리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관심에서부터 출발하면 된다.한 명 한 명의 관심이 모인다면 더 큰 대한민국이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