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金 생모 고용희-부인 리설주 기록영화에 최초로 함께 담았다

선군절 60주년 맞아 軍 간부에 정통성 재강조 의도…고용희 실명·경력 언급 無

어린시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생모 고용희 모습. /사진=연합

북한 당국이 선군절(8·25) 60주년을 맞아 전군(全軍) 간부 대상(장령 부장급 이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와 부인 리설주의 활동이 함께 담긴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 기록 편집물을 영화문헌학습 형태로 방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고용희와 리설주의 각각의 활동을 수록한 기록영화를 군 간부 대상으로 방영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한 편에 다 담은 적은 처음이다. 선군절 60주년을 맞아 새롭게 편집했다는 뜻이다.

24일 데일리NK 군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전 총정치국 지시하에 인민무력성, 총정치국, 총참모부 등 군 간부들을 상대로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라는 90여 분짜리 기록영화가 방영됐다.

영화는 1998년 3월 고용희가 김정일과 함께 생모 김정숙의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시 오산덕을 방문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내레이션은 강반석(김일성 생모), 김정숙을 칭송하면서 그 전통이 고용희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또한, 고용희가 자신의 50번째 생일 축하모임(2002년)에서 직접 육성으로 축사를 읽는 장면도 등장했다고. 이에 따라 군 간부들은 고용희가 1953년생이라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간부들은 고용희가 묘사한 김정일의 모습도 주목했다고 한다. 그는 “뜻밖에 위대한 수령님(김일성)을 잃고 너무도 당황하시던 모습, 겹치는 자연재해, 어려워만 가는 경제사정 때문에 일군(일꾼)들이 아우성치고, 방랑아들이 생기고 있다는 보고로 잠 못 드시던 밤”이라고 했다는 것.

또한, 영화는 중간 부분에서 고용희가 아들 김 위원장의 독서와 미술, 나무심기를 함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어 김 위원장이 성인이 돼 후계자 자격으로 김정일과 현지지도에 나서고 군 열병식 주석단에 함께 오른 영상으로 이어진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고용희가 김 위원장의 생모이며 김정일과 함께 고난을 이겨낸 둘도 없는 혁명동지이자 부인이라는 점을 부각했다는 뜻으로, 김 위원장의 백두혈통 정당성을 재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8년 3월 북한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특히 이전 기록영화(2012년 4월 25일(당시 건군절, 현재 인민혁명군 창건일) 첫 방영)와 다른 부분은 ‘리설주’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영상 맨 뒤 부분에 리설주 활동 영상 15분을 덧붙였고, ‘오늘은 존경하는 리설주 녀사에 의해 주체혁명 위업의 대가 굳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라는 해설을 달았다.

이는 김정일 시대는 ‘고용희’, 김정은 시대엔 ‘리설주’가 주체 혁명 위업의 대를 굳건히 이어가는 ‘새로운 조선의 어머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한편 군 간부들은 그동안 강조하지 않았던 고용희 기록영화가 재방영됐다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 당국이 그동안 고용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거론 자체를 꺼렸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재편집 방영된 기록영화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에서도 고용희의 실명과 경력이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조선의 어머니’ ‘평양 어머니’라는 문구가 사용됐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2012년 후계 당시부터 ‘고용희의 실명과 경력을 공화국(북한)의 최고기밀로 지정해 이를 누설하거나 어긴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내적 방침이 고위급 간부들에게 비밀리에 내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선군절은=김정일이 1960년 8월 25일 근위서울 105땅크사단(한국전쟁 당시 서울을 점령한 공으로 근위서울 칭호 받음)을 찾은 날에 선군혁명영도가 시작됐다고 주장, 2010년부터 국가적 명절로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