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칼럼] 북중 밀월의 무대 뒤, 서로 다른 계산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환영하는 공연이 지난 8일 밤 평양체육관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 8일부터 9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환영 행사와 만찬, 예술공연 등 북중 밀월을 부각하는 장면들은 한미일을 의식한 연출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 관영매체의 보도를 비교해 보면, 양측의 이해관계와 계산 차이도 함께 드러난다. 동시에 향후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평양에서 열린 예술공연을 관람하는 시 주석의 사진을 배포했다. 사진 속 시 주석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는 이 장면을 별도로 부각하지 않았다. 일본의 한 중국 전문가는 필자에게 “시 주석이 안경을 쓴 모습은 매우 드물다. 처음 봤다”며 “건강 이상설을 낳지 않기 위해 중국 측이 관련 보도를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탈북한 전직 노동당 간부는 “북한도 이런 중국 측 사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80년대 김정일이 공개석상에 등장한 직후 중국 공산당 간부가 북한 측에 김정일이 이미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도자가 최고 존엄이라고 말하는 당신들의 주장은 모순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중국 측 인사는 “우리는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에게도 신체적 쇠약을 암시할 수 있는 안경을 쓰게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이 시 주석의 안경 쓴 모습을 보도한 것은 단순한 사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북중 간 사전 의전 협의나 보도 조율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은 중국과의 외교 접촉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며, 이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서도 중국 관영매체는 보도했지만, 북한 관영매체는 전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 주석이 회담에서 제안한 ‘중북 관계 발전을 위한 네 가지 방안’이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외교, 법 집행, 군사 분야에서의 교류 강화를 언급했다. 또 국경 전면 재개방과 민간항공, 국제여객열차 재개를 인적 교류 확대와 상호 왕래 실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이 대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런 제안은 올해 3월 16일 하노이에서 열린 중국과 베트남의 ‘3+3 대화’를 북한에도 적용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당시 중국과 베트남은 외교, 공안, 국방 담당 장관급 협의를 진행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과도 외교·치안·군사 분야의 전략적 소통 채널을 제도화하고 싶어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의 군사 교류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전직 북한 당 간부에 따르면, 과거 중국에서 유학한 북한 군인들을 가르쳤던 중국군 관계자가 방북했을 때 옛 제자들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북한 측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간부는 “북한은 중국군에 군 내부 기밀이 흘러가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3+3 대화’식 협의체를 제안한 배경에는 북한군의 동향을 더 투명하게 파악하고, 한미일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이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언급한 ‘인적 교류 확대’ 역시 북한에는 민감한 문제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의 방북 재개와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과거 전성기에는 연간 30만 명 이상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외화 수입 측면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인 관광객 수용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봄 북중 간 항공편과 철도 정기 운항이 재개됐을 때도 북한 당국자가 중국인 방문객을 공식적으로 맞이하러 나간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외부 문화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황색문화’라고 부르는 서구 문화가 중국 관광객을 통해 들어올 수 있고, 관광객들의 SNS나 유튜브 게시물을 통해 북한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6월 8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회담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중국 관영매체는 이번 북중 정상회담 보도에서 7년 전 시 주석의 방북 때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은 작지 않다. 최근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전략적 메시지 교환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5월 미중 정상회담 관련 팩트시트에서 양측이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이에 대해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일본 정부의 전직 관리는 “시 주석이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과 이를 거부하는 북한 사이에서 일정한 중재 역할을 하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환경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북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의 핵시설 시찰 사실을 공개했다. 또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미국의 팩트시트를 ‘허위’라고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도록 중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은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포함시키는 데 동의했다. 김여정은 18일 담화에서 “완전한 비핵화 추구는 재앙적인 선택”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날 데이비드 윌레졸 미 국무부 한국·일본·몽골 담당 부차관보도 워싱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북한 비핵화가 미국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사실 자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중국과 먼저 조율한 뒤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구도가 다시 마련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함께 산책하던 사진을 별다른 설명 없이 올렸다.

일본 정부의 한 전직 관리는 “이란 공격 문제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김정은과 회담을 추진하며,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는 비핵화와 정상회담 의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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