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보기관 방북 직후 함북도 보위국에 지시문 포치

국가보위성 러시아와의 회담 내용 공유…함경북도 지리적 중요성 강조하며 보위국 역할 강화 주문

두만강 철교 하산 나진 방천 퐝찬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훈춘 팡촨 용호각에서 바라본 북·중·러 국경지대, 두만강 철교(조선-러시아 우정의 다리)가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러시아 대외정보국 대표단이 방북해 북한 국가보위성과 협력 강화를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함경북도 보위국은 부서장급 이상 간부들만 따로 모아 이번 북러 정보기관 간 논의 내용에 관한 국가보위성의 지시문을 포치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함경북도 보위국은 지난달 30일 토요학습 이후 긴급하게 부서장급 이상만 불러놓고 러시아 대외정보국과 국가보위성 간에 연속회의 식의 담화가 있었다면서 국가보위성의 지시문을 포치했다”고 전했다.

국가보위성은 이번 지시문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과의 회담 내용을 공유하면서 러시아, 중국과 맞닿은 국경 관문을 지키는 중요한 성새와 방패 역할을 하는 함경북도 보위국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르면 회담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국가보위 및 정보사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동지라는 점이 기본적으로 강조됐다.

또 양국은 최근 적대 세력들의 정탐 모략 책동이 증가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증대 ▲공동 정찰 활동 ▲국가 보안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공유 체계 및 구루빠 구축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가 간 적대적 활동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게 사이버 공격, 전자전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와 관련해 양국 정보기관은 앞으로도 지속 연계하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식통은 “국가보위성은 이번 회담 내용의 큰 틀을 통보한 것은 함경북도가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를 국경에 둔 전략적 중요 지역으로 역할이 크다는 점을 다시금 알리고, 라선특별시와 함경북도 전반에 대한 보위 감시 체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인접한 국경 지역에서 사소한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게 함경북도 보위국이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소식통은 “국가보위성은 전략적 길목에 있는 함경북도는 보위국의 임무가 막중하다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국경 지역에서 그 어떤 비정상적인 정치적 사고나 사건도 벌어지지 않게 하며 민심 장악도 소홀히 하지말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국가보위성은 향후 함경북도 보위국의 제의와 의견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확인하고 다루기로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전략적 요충지인 함경북도 보위국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다.

이밖에 국가보위성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 공동의 이익을 위한 정보공유 및 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적대적 세력에 대한 감시 및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예브게니예비치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대외정보국 대표단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 이번 방북 기간에는 나리시킨 국장과 리창대 북한 국가보위상 간 회담은 물론 러시아 대외정보국 대표단과 국가보위성 직원들 간의 실무회담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