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20주년 기념행사 결국 ‘반쪽’으로…北 여전히 무반응

통일부 "北에 제의한 바 없다"…코로나19·남북관계 경색국면에 사실상 공동행사 무산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념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남북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당국 차원에서 (북측에 공동행사를) 제안한 바 없다”면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이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상황이 전세계적 팬데믹(대유행)으로 되면서 공동 개최가 객관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북측에 제의를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면서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공동행사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후 통일부는 지난달 ‘2020년도 남북관계 발전시행계획’을 발표하며 민간단체와 협력해 공동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속적으로 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군불을 지펴왔으나, 북한은 이 같은 당국의 우회적인 제의는 물론 민간단체의 정식 공동행사 요청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호응이 없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결국 정부는 공동행사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행사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올해가 6·15 공동선언 20주년인 만큼 남북이 같이 기념했으면 하는 희망은 있었고 그런 가능성과 계획을 생각해왔다”면서도 “코로나 상황이 한반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실질적인 여건을 감안해야하는 상황이 됐고 거기다 정세 문제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내달 1일부터 15일까지 ‘평화가 온다’(Peace.Com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이벤트와 방송 등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특히 통일부는 오프라인 형식의 기념행사로 6월 14일 일반시민들이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임진각~남북출입사무소) 일대를 걷는 평화산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6월 15일 저녁에는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 김대중평화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6·15 20주년 기념식 및 시민 문화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오프라인 기념행사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며 진행할 예정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코로나 상황이 아주 악화되거나 그럴 경우 행사 규모를 축소하거나 행사 장소를 실내로 전환한다든지 하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통일부. /사진=데일리NK

남북은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계기에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2001~2008년까지 해마다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치러왔다. 단 예외적으로 지난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발병에 따라 각자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정부는 올해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공동개최 불발이 지난 2003년과 마찬가지로 예기치 못한 전염병의 발병과 유행 때문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교류협력 제안과 유화 제스처에 북한이 일절 호응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 초부터 독자적인 남북관계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는 지난달 동해북부선(강릉~제진 구간) 추진 기념식을 개최해 남북철도 연결사업 재추진을 공식화하고,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며 사실상의 5·24 조치 해제를 선언하는가 하면 교류협력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통일부 장관은 27일 김포시 일대 한강하구를 찾아 남북 한강하구 공동이용 사업 재추진 의지를 드러냈고, 전날(26일)에는 통일부 차관이 문화재청 조사단과 함께 판문점 인근을 방문해 DMZ(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을 위한 실태조사에 나서며 남북협력 재개에 대한 메시지를 냈다.

이렇듯 정부는 적극적인 대북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 시급한 보건의료협력 제안에도 시종일관 묵묵부답하고 있는 북한이 이에 호응하고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