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와 오늘] 북한은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말할 수 있나

2024년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로비에 설치된 실시간 독도 영상 모니터 앞으로 청사 관계자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말 김정은은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다. 남북한은 더 이상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라는 것이 북한의 새 공식 노선이 되었다. 이 변화가 낳은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과거 남한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지하던 북한이 이제 그 주장마저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북한은 지도에서 남북한을 하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고, 독도는 대체로 ‘독도(조)’로 표기되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공식 지도에서 독도를 아예 표시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지도상의 생략이 아닐 수 있다. 북한이 더 이상 독도 문제에서 대한민국 편에 설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는 정치적 신호일 수 있다.

과거 북한이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주장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북한은 남한을 흡수해 적화통일을 이루려 했고, 통일 이후에는 남한 본토와 마찬가지로 독도 역시 자기 지배하에 두려 했다. 둘째, 독도 문제를 통해 남한 사회 내부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독도 문제의 정치적 비중을 낮추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한 ‘다케시마 문제’ 발언은 그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반대로 북한은 늘 “독도는 조선 땅”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 정서에 호소하려 했다. 2010년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이 “우리나라는 반(半)식민지 사회이지만 북한은 자주적인 정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배진수 박사와 양주 박사가 2009년에 쓴 「북한 노동신문의 독도기사(1948~2008년) 현황 분석: 북일관계 및 한일관계 상관성을 중심으로」를 보아도 북한의 의도는 분명하다. 북한은 독도 문제를 한일관계를 악화시키고 한일 협력을 방해하는 도구로 사용해 왔다. 한국과 일본이 관계 개선을 시도할 때마다 북한 매체는 독도 문제를 강조했고, 이 미해결 영토 문제가 한일 관계 개선을 가로막기를 기대했다.

예컨대 1998년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된 직후인 10월 13일자 노동신문은 ‘남조선 괴뢰들은 지난 9월 25일 일본 상전과의 그 무슨 《회담》이란 것을 벌려놓고 우리나라의 불가분리의 영토인 독도의 영유권을 포기하며 기존 남조선수역의 많은 부분을 일본에 떼 넘길 데 대한 매국 문서에 도장을 찍는 천추에 용납 못 할 죄악을 저질렀다’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게재하였다.

김정은은 북한의 대남 정책 자체를 바꾸었다. 그러나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대한민국도 일본도 민주국가이며, 미국의 동맹국이며, 북한의 적이다. 따라서 북한이 한일 분열을 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느냐이다. 북한이 독도를 더 이상 한국 땅이라고 말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언젠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정하는 선택까지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사에는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는 북방 영토 문제가 있다. 러시아는 이를 쿠릴 열도라고 부르고, 일본은 지시마 열도라고 부른다. 1949년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은 처음에는 당연히 소련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1956년 흐루쇼프가 스탈린을 비판한 뒤 중소 관계는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64년 7월 10일 일본 사회당 지도부를 만난 마오쩌둥은 “귀국의 그 지시마 열도는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당연히 귀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이 실효 지배하는 영토를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의 영토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사례는 중요한 점을 보여준다. 공산주의 국가라고 해서 항상 이념적 연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이념은 필요할 때만 동원되는 도구일 수 있다. 더 큰 전략적 이익이 생기면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자본주의 국가는 오늘의 협력 대상이 된다.

김일성 시대 북한에는 적어도 겉으로 내세우는 사상적 목표가 있었다. 제3세계에 ‘주체사상’을 선전하고, 한반도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그 예였다. 그러나 오늘날 김정은 정권의 핵심 목표는 다르다. 영토 확장이나 지도자의 국제적 위신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 유지와 권력 보존이다. ‘민족의 이익’이라는 명분조차 더 이상 북한을 구속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정하는 선택도 할 수 있다.

북한은 더 이상 ‘같은 민족’의 이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이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말했던 시대는, 어쩌면 통일 담론과 함께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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