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애완동물 문화…“진짜 ‘개옷상점’ 생기겠다” 주민들 냉소

전용 사료는 물론 의류 등 관련 용품 소비 늘어…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체감하며 씁쓸함 느끼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6년 4월 3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개업을 앞둔 화성지구 4단계 구역의 여러 봉사시설을 둘러보시면서 운영준비 정형을 료해(파악)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민들이 늘면서 전용 사료와 의류 등 애완동물 관련 용품 소비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자본주의적이라고 비판받던 애완동물 문화가 최근에는 새로운 생활 풍조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빈부격차를 더 체감하게 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7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시를 비롯해 평성시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품종의 애완견을 키우는 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치안이나 식용 목적으로 개를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개를 애완용으로 기르며 가족처럼 여기는 주민이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특히 경제력이 있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반입된 전용 사료나 간식, 목줄, 의류 등 애완견을 위한 각종 용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애완견에게 옷을 입히는 행위는 ‘부르주아 생활풍조’ 또는 ‘썩고 병든 자본주의 문화’로 비판받았으나, 지금은 이런 비판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애완동물과 함께 있는 모습이 공개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지도자 일가가 애완동물을 가까이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애완동물 문화를 함부로 비판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최고존엄께서 자제분과 함께 애완동물 상점을 찾으셨는데 누가 감히 애완견을 키운다고 대놓고 문제 삼겠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괜히 비판했다가는 문제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비판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리순홍(북한 코미디언) 만담’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현실을 빗대어 꼬집고 있다고 한다. 술에 취한 사람이 ‘뜨개옷상점’ 간판에 ‘뜨’라는 글자가 떨어져 ‘개옷상점’으로 보이자 “내가 국경을 넘어왔나?”라고 말했다는 만담인데, 이렇듯 북한 사회에서 애완동물 문화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애완동물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그 개옷상점도 진짜 생기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애완견에게 옷을 입히고 장식품도 달아주는 게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게 되자, 만담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는 냉소가 나온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많은 이들이 개에 옷을 입힌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며 “사람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는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해야 한다면서 통제하는데 애완동물 문화는 문제 삼지 않는 데서 모순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생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부유층에 속한 일부 주민들이 애완동물 전용 사료에 간식까지 구매하는 모습은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개 사료를 따로 사 먹이고 간식까지 챙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 팔자보다 낫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런 반응은 애완동물 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 갈수록 커지는 계층 간 격차에 대한 씁쓸함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정말 불편해하는 것은 개를 키우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런 곳에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차이”라며 “‘개옷상점도 생기겠다’는 말에는 빈부격차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복잡한 심정이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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