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돈주들을 대상으로 ‘애국미’ 명목의 헌납을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주들을 동원해 식량 또는 현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셈인데, 돈주들도 괜한 눈총을 받지 않으려 순순히 헌납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한다.
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의 돈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애국미 헌납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 요구에 따른 강제적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애국미 헌납은 1946년 토지개혁 당시 무상으로 땅을 분배받은 농민이 그해 수확한 쌀을 국가에 바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북한은 이를 충성심과 애국심의 상징으로 미화하고, 많은 양의 쌀을 헌납한 주민들을 ‘애국자’로 내세워 대중적으로 참여를 독려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애국미 헌납이 돈주들을 겨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요즘에는 인민반에서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사법기관 일꾼들도 ‘너무 욕심스럽게만 살지 말고 좋은 일도 하면서 살라’는 식으로 돈주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돈주들은 애국미 헌납 요구를 거부하면 괜한 불이익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체로 순순히 요구에 응한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북한)에는 돈 있는 사람들을 두고 ‘짧고 굵게 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결국 국가가 돈 있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표현”이라며 “실제로 돈 있는 사람들은 색안경을 낀 감시가 그림자처럼 늘 붙어 다니기 때문에 감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애국미를 바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달 초 혜산시의 한 돈주는 중국 돈 5만 위안의 현금을 애국미 명목으로 바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른 돈주들도 뒤이어 쌀과 옥수수를 직접 사들여 현물로 바쳤고, 그중 일부는 자식들의 이름으로 애국미 헌납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애국미 헌납 요구는 결국 돈 있는 사람들에게 돈으로 애국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요즘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바치는 경우도 많아 주민들 사이에서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힘 있는 사람은 힘으로, 기술 있는 사람은 기술로 전후 복구에 나서라고 호소하던 수령님(김일성) 시절이 생각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요즘 함흥시의 동사무소들에 애국미 헌납 관련 포치가 자주 내려오고 있다”며 “이에 동사무장이나 인민반장들이 돈 있는 세대를 직접 찾아가 애국미 헌납에 나서라고 요구하거나 설득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함흥시에는 큰 차를 몇 대씩 가지고 장사를 하거나 마약(필로폰) 유통, 금 밀매 등 불법적인 일로 큰돈을 번 주민들이 적지 않은데, 최근 이런 주민들이 반강제적인 애국미 헌납에 나서고 있다.
이 소식통은 “이들로서는 감시 속에서 장사를 계속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애국미 헌납을 활용하고, 동사무장이나 인민반장들로서는 이들 때문에 어느 정도 체면이 서고 있는 형편”이라며 “결국 불법적인 장사로 크게 돈벌이하는 사람들이 국가 살림에 보탬을 주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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