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합] 北 ‘두 국가론’ 고착 속 통일부 ‘평화’ 접근 적절한가

통일부. /사진=데일리NK

Ⅰ. 서론: 선언은 끝났고, 이제는 대응의 문제다

2023년 말,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북한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전략적 프레임을 공식적으로 전환한 선언이다.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민족 내부 관계’라는 특수성은 사실상 폐기되었고, 남북은 이제 국제정치의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 그것도 협력보다는 충돌 가능성을 내포한 관계로 재설정되었다.

이 변화의 본질은 명확하다. 북한은 더 이상 통일을 전제로 관계를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체제 유지와 전략적 경쟁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즉, 통일은 더 이상 현재의 정책 목표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 중 하나로 후퇴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상대는 관계의 정의를 바꾸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기존의 정의 위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통일부의 정책 메시지를 보면, ‘평화’, ‘대화’, ‘협력’이라는 기존의 언어가 반복되고 있다. 물론 이 자체가 틀린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통일부의 언어가 현재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은 의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평화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Ⅱ. 본론

1.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의 구조적 의미

북한의 ‘두 국가론’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체제 차원의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대남기구를 축소하거나 기능을 재편하고 있으며, 통일 관련 서사를 점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부에 대한 억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하나의 공통된 방향을 보여준다.

‘북한은 더 이상 남한을 통합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관리 또는 대응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곧 남북관계의 성격이 ‘통일 과정’에서 ‘전략적 경쟁’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상대가 목표를 바꿨다면, 우리의 목표와 전략도 조정되어야 하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책은 현실과 괴리된 상태로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괴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2. 통일부 ‘평화 중심’ 접근의 한계

현재 통일부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대화 재개 ▲인도적 협력 확대다. 이 세 가지는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가치들이 ‘유일한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통일부 정책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구조여야 한다. 특히 상대가 적대적 관계를 선언한 상황에서는, 협력뿐 아니라 갈등 관리, 위기 대응, 억지 전략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통일부 정책은 이러한 복합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세 가지 한계가 발생한다. 첫째, 현실 인식과 정책 간 괴리가 발생한다. 둘째, 정책 수단이 제한되면서 대응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셋째, 일반 주민이 체감하는 안보 현실과 정책 메시지 사이의 간극이 확대된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평화’라는 가치가 아니라, 그 가치가 단일한 정책 언어로 고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책은 균형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며, 선택은 현실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평화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통일부 정책 논의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평화는 정책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이다. 평화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평화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평화는 특정 조건과 구조가 충족될 때 나타나는 결과다.

그 조건은 첫째, 군사적 충돌을 억제할 수 있는 억지력이다. 둘째, 협력의 기준과 조건이 명확하게 설정된 구조다. 셋째, 상대의 변화와 의도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정보 체계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되는 평화 담론은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책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평화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4. 통일부 정책 프레임의 전환: 통합에서 관리로

현재의 상황은 통일부 정책 프레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통일 정책이 ‘통합’, ‘협력’, ‘평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앞으로는 ‘관리’, ‘통제’, ‘조건’이라는 개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 개념의 도입은 통일을 포기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통일을 보다 현실적인 전략 속에 재배치하자는 것이다. 즉, 단기적으로는 충돌을 관리하고 위험을 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의 역할 역시 재정의되어야 한다. 단순히 통일을 촉진하는 기관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조합하는 통합 전략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정책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5. 현장에서 드러나는 통일부 정책의 공백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의 한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북향민은 북한 체제의 변화와 한계를 직접 경험한 집단으로서, 정책보다 빠르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반면 일반 주민은 미디어와 안보 상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을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이 이 두 집단의 인식을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언어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설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정책이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특정 방향을 반복하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메시지가 아니라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신뢰는 현실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점에서 현재의 통일부 정책은 보완이 필요하다.

Ⅲ. 결론: 평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긴장 완화가 아니라, 정확한 현실 이해이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재정의했고, 그에 맞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기존의 평화 중심 서사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현실을 반영해 정책을 재설계할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정책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다. 통일부는 더 이상 희망을 반복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실을 설명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며, 전략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화는 목표로 설정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결국 평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나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평화를 말하는 용기가 아니라, 불편한 현실을 말하는 용기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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