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북한이 김정은 테러 암시 영화 만들어 보여준 목적

북한 영화 ‘대결의 낮과 밤’ 한 장면. 주인공 리태일이 폭탄이 연결된 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캡처

김정일 암살 기도를 주제로 한 북한영화

북한 조선중앙TV가 올해 1월 3일 북한주민들에게 한 영화를 보여줬다. 제목이 ‘대결의 낮과 밤'(2025년 제작)이었다. 그런데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다. 김정일 암살 시도를 주제로 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2004년 4월 22일 발생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당시, 김정일은 중국을 방문하고 특별열차를 이용해 북한으로 귀국하는 상황이었다. 김정일이 용천역을 통과한 후 8시간 만에 폭발한 사건이다. 당시 필자는 중국에서 탈북자 돕는 사역을 하고 있어서 이 사고소식을 더 빨리 접할 수 있었다. 함께 거주했던 재중탈북민들은 김정일 테러를 목적으로 한 폭발일 것이라고 추측들을 했었다. 이후, 국내외 언론매체들도 비록 시간차이가 많이 나지만 김정일 암살 기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정일도 자신을 대상으로 한 테러였다고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영화가 그런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김정일 암살기도 주동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아버지에 대한 복수극이다. 그의 인생은 복수심으로 점철되어있는 복수의 화신이다. 영화는 그의 아버지가 1960년대 반공화국 정변 가담자로 처형을 당하는 인물로 설정했다. 주인공이 ‘35년만의 복수’라고 한 만큼, 1960년대 후반에 발생한 쿠데타를 가리킨다. 1969년 김창봉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 같다.

1969년 1월,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4기4차)에서 김창봉(민족보위상), 허봉학(총정치국장), 최광(총참모장) 등 빨치산 출신의 핵심 군 간부들이 김일성의 유일사상 체계에 도전, 군 내부의 군벌주의, 당의 군 통제 거부 등 이유로 숙청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김일성이 이들을 잠재적 쿠데타 세력으로 간주하여 제거했던 것이다. 영화가 말한 ‘반공화국 정변’과 부합된다. 이 영화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하루낮 하루밤’(전편 2022년 제작/후편 2024년) 영화에서는 군 간부들이 김일성 암살을 획책하는 내용이 나오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철도성 부사령관으로 테러의 주동인물로 등장한다.

대를 이은 국가전복(지도자 암살)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또 그 아들이 다시금 대를 이어 복수한다는 내용이 깔려있다. 테러 대상은 김정은이다. 영화는 그 시기와 장소를 2024년 5월 14일, 전위거리 준공식이라고 명확히 설정했다. 시기와 장소가 적혀있는 대형 구조물이 영화에 등장한다. 실제로 전위거리는 이날 준공식을 가졌으며 위치는 평양시 서포지구로 1만 세대 아파트가 건설된 곳이다. 영화는 테러를 시도하기 직전 상황에서 끝난다.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다가 엔딩을 한다. 차마 테러를 가하는 장면까지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도 테러에 노출되었음을 상기시키는 영화

선대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현재 지도자에 대한 테러기도를 주제로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런 영화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전체인민들에게 보여줬다는 것은 더 쇼킹한 일이다.

남한의 몇몇 언론들도 이 영화에 대해 다루며 보도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김정일 암살기도에만 주목했다. 김정은이 테러 대상이 되었다는 마지막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테러로 그치지 않고 지금도 김정은에 대한 테러가 자행될 수 있다고 고발하는 영화이다. 김정은도 여전히 테러에 노출되어있음을 전체인민들에게 상기시키는 영화이다.

그런데, 김정은에 대한 테러를 입에 올리는 것은 북한에서는 절대 금기사항이었다. 외부에서 이런 사안을 다루는 것조차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북한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에 김정은 암살을 다룬 미국영화 ‘더 인터뷰’(The Interview)였다. 북한은 유감표명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적으로 영화상영을 못하도록 소니 픽처스 영화사에 사이버 테러를 가했다.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결국 영화사는 개봉을 취소하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극도로 꺼려했던 북한이 이제는 스스로 김정은 테러 암시 영화를 만든 것이다.

, 김정은 테러 암시 영화를 만들었는가

도대체 그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가. 이 글이 늦어진 이유도 그 목적을 간파하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이 선전선동 차원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가.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만 있다고 밤낮으로 선전하는 북한매체들 아니었나.

익명을 요구한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매체에서는 인민들의 김정은에게 절대적인 신심, 충성심만 부각시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수의 북한주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50% 이상을 내다봤다. 하지만, 살벌한 감시와 통제로 인해 표출을 시키지 못 할뿐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나오면 그 저항을 표출하여 실천으로 옮기는 무리들도 실제로 있다고 각성하게 되어 불만의 강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를 모색하려는 움직임까지도 나갈 수 있다고 보면서 영화의 부작용 측면을 짚어주었다.

좀 더 전향적으로 평가한 북한인권활동가도 있는데,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이다. 그는 영화처럼 실제로 북한내부에 반체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 반체제인사들과 소통까지 했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4년에 출간된 ‘고발’이라는 소설이다. 북한 조선중앙작가동맹에 소속되어 있는 반디(가명)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북한정권을 실체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도 대표는 이러한 북한의 현실을 작년부터 그림 전시회를 통해 다시금 국내에 알렸고 이제는 해외에 알리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2017년에는 실제로 북한에서 이러한 반체제 움직임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것도 도희윤대표가 제공한 정보이다. 반체제 조직이 북한 내에서 배포한 SD카드를 도 대표가 입수하여 제공한 것을 언론사가 보도했다. 내용에는 “김정은을 몰아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새 사회를 세우자”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2017년 북한의 해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서도 대표와 인터넷상 소통했던 한 인사가 체포되어 얼굴을 공개하며 실토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는 김정은 제거 음모가 실존하는 위협임을 드러낸 것이다. 2020년 코로나 19 위기를 맞으면서 독재체제에 대한 저항심은 더 커졌을 것이다. 급기야 북한은 2021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우리는 다른 측면에서 많이 조명했지만, 반체제 활동 차단 목적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북한이 2022년에 최고지도자에 대한 테러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것도 관련이 깊어 보인다.

이 영화는 북한내부에 국가전복세력들이 실존하고 있음을 공개하며 현실적으로 북한의 가장 큰 위협이 바로 김정은에 대한 테러 기도임을 밝힌 것이다. 이전에는 관련 정보차단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위협을 드러내며 김정은에 대한 ‘결사옹위’를 주문하는 것이다. 김정은을 목숨바쳐 사수해야 된다는 강력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곧 국가이다.

, 13일에 조선중앙TV로 방영했는가

또 하나 왜, 하필 올해 1월 3일을 기해 북한 전체인민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시청을 하게 했는가 이다.

‘위대한 김정은시대’라는 슬로건과 ‘김정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라는 구호가 전 역에서 퍼지고 있는 이때, 다가오는 9차 당대회를 통해 권력의 최고 정점(수령으로 공식화)을 찍을 준비를 하는 이 시기에, 완전히 반대급부인 이런 영화를 왜, 공개했단 말인가.

1월 3일로 특정한 것은 어떤 치밀한 전략이 깔려있는 것인가. 영화 말미에 나오는 김정은 테러 암시의 요지는 주인공의 아들이 테러를 자력이 아닌 미국의 지원을 받아 시도한다는 설정이다. 즉, 김정은 테러작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고발하며 반미대결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필자는 그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동신문을 검토해 보았다. 당시 노동신문에 나타난 강력한 반미대결 전선은 바로 이란 지도부의 미국에 대한 규탄이었다. 작년 12월 27일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후 노동신문은 관련 내용을 계속해서 보도했다. 물론, 친 이란 성향의 보도로 이란 지도부의 미국 개입에 대한 경고 및 규탄내용만 전달했다. 더 나아가, 이란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도 기사화(2025.12.31) 했다. 기사제목이 ‘27일 적들의 침략책동’으로 적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가리킨다.

해를 넘긴 1월 2일 노동신문은 ‘적들세력의 침략책동에 단호히 맞설 립장강조’라는 제목으로 이란이 미국의 침략책동을 단호히 맞서겠다는 성명(12.29)을 소개했다. 노동신문을 본 북한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들의 눈에는 미국이 이란의 사회적 안정을 파괴하는 주동자로 비쳐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둔 이란을 비호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북한도 이란과 같은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다. 바로 이때, 북한은 TV 방송을 통해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영화를 보여준 것이다. 이란의 위기가 남의 얘기가 아님을 강하게 주입시킨 것이다.

당연히, 반미감정이 증폭될 것이며 대미척결의지가 더욱 불타오를 것이다. 동시에, 내부에 실존하는 반체제 인사들은 미국의 조종을 받는 반동불순분자들이며 철천지 원수 미국에게 나라를 팔아넘기는 매국노로 치부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강력한 반동세력 타도로 이어진다. 영화상영 이후, 김정은에 대한 경호수위가 훨씬 높아졌고 북한매체는 의도적으로 보여줬다. 전체인민들에게 ‘김정은 지키기’를 더욱 각인시키는 장치이다. 이처럼 영화는 ‘김정은 결사옹위’와 ‘반미척결의지’ 고취를 통한 내부결속(통제)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방송된 것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정은 대항세력, 젊은 청년세대로 간주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에서 김정은 테러 장소를 ‘전위거리’로 설정한 점이다. 전위(前衛)라는 명칭은 김정은이 청년들의 충성심을 높이 평가하며 청년들이 혁명의 주도세력임을 내세워주는 측면에서 붙여준 명칭이다. 실제로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이 거리를 조성했다. 그런데, 이 장소에서 김정은 테러를 감행하려는 반동 청년의 등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실제적인 위협이 노쇠한 장년이 아니라 젊은 청년 세대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것은 왠지, 북한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