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급중학교(중학교) 교실 뒤 벽보판(게시판)에 수십 년간 자리해 온 조선소년단 구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호명하는 문구로 교체됐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조국’과 ‘이념’을 강조하던 전통적 구호는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은 원수님’을 강조하는 문구로 대체됐다. 교육 현장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김정은 개인숭배, 우상화 흐름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벽보판에는 원래 “사회주의 조국을 위하여 항상 준비하자!”라는 소년단 구호가 나붙어 있었다. 그러나 2015년경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을 위하여 항상 준비하자!”로 바뀌었고, 2018년에는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을 위하여 항상 준비하자!”로 다시 교체됐다.
흥미로운 점은 소년단의 핵심 행사인 전국연합단체대회에서는 기존 구호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2022년 소년단 제9차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사회주의조국을 위하여 항상 준비하자!〉 이 구호를 높이 들라”고 강조했다. 대외적인 공식 구호는 바꾸지 않으면서 실제 교실 현장에서는 다른 문구를 내거는 이중 구조가 사실상 고착된 셈이다.
북한이 교실 벽보판을 손대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표어 변경이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조치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새 세대 교육’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한 바 있으며, 김정일 시대 단 한 차례 열렸던 소년단 대회도 김 위원장 집권 15년 동안 세 차례나 개최됐다. 새 세대로 대표되는 소년단을 체제의 핵심 기반으로 재조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북한 내부의 사회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주민들의 의식은 집단에서 개인으로 이동했고, 국가의 동원력은 약해졌다. 더 이상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구호만으로 주민들을 묶어둘 수 없게 된 것이다.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바로 이 틈에서 생겨난 ‘미래 세대의 이념적 공백’이다.
북한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실이라는 공간에 주목했다. 규범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인 교실 뒤 벽보판을 학생들은 매일 마주한다. 이곳에 김 위원장을 호명하는 문구를 배치한 것은 학생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지도자 중심의 정치적 기준을 주입하려는 구조적 개입으로 해석된다.
지금의 소학교·초급중학교 학생들은 시장경제와 외부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다. 사회주의에 대한 감각도 희미하고, ‘고난의 행군’ 같은 집단적 시련도 경험하지 않았다.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 세대와 체제 간의 정서적 연결 고리가 끊겼다는 점이다. 바로 이 단절을 막기 위해 북한은 교실 뒤 벽보판을 가장 노골적인 통제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교실은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정권이 가장 공들여 관리하는 ‘미래 세대 통제의 전장’으로 변모했다. 벽보판에 내걸린 구호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일상 일부로 흡수된다. 교실 뒤 벽보판에 ‘사회주의 조국’이 지워지고 ‘김정은 원수님’이 들어선 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명확하다.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체제 결속 전략이 가장 어린 세대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으로 파고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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