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칼럼] 형사소송법 개정, 규범화 넘어 실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북한 형사소송법 일부. /사진=데일리NK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인권 개선 법제화

북한은 2021년 1월 20일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을 개정한 이후 2022년 6월 30일, 2023년 5월 30일, 2025년 2월 18일 형소법을 개정하였다. 북한은 2022년 형소법을 개정하면서 피심자(피의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였다. 2021년 형사소송법이 피심자 구류 기간은 2개월을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한 것에 비해(제183조) 2022년 형소법은 구속기간을 1개월로 개정하였다(제138조).

피심자 심문 기간에 있어 2021년 형소법은 특별히 필요한 경우 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제159조) 2022년 형소법은 22시까지로 한정하였다(제148조). 기소 기간에 있어 2021년 형소법이 노동교화형·사형을 부과할 수 있는 사건 20일, 노동단련형을 부과할 수 있는 사건 5일에서(제258조) 2022년 형소법은 노동교화형·사형을 부과할 수 있는 사건 5일 이내, 노동단련형을 부과할 수 있는 사건 3일 이내로 단축하였다(제222조).

그리고 변호인 선정 신청에 있어 2021년 형소법이 변호인으로 선정된 자에게 3일 이내에 신청 내용을 알려주도록 한 것에 비해(제61조) 2022년 형소법은 24시간 이내에 알려주도록 개정함으로써(제101조) 피심자의 방어권 보장을 강화하였다. 또한 2022년 개정 형소법은 2021년 형소법에는 없는 변호인은 변호 활동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는 규정(제95조)과 수사원, 검사, 판사, 재판소는 변호인의 활동을 적극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규정(제110조)을 신설하였다.

이와 같은 인권 개선 법제화 기조는 2025년 형소법 개정에도 이어졌다. 북한 당국은 2025년 형소법 개정을 통해 무기노동교화형·사형을 적용할 수 있는 범죄 사건과 18세 미만이 저지른 범죄 사건의 처리에는 변호인을 의무적으로 참가시킨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제98조).

정상국가화 표방 및 국제인권규범 반영

2022년 형소법 개정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예심 제도의 폐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2022년 형소법을 개정하면서 70년 넘게 이어져 온 예심 제도를 폐지하고 수사와 예심을 통합하였다. 북한의 제도 변화와 관련하여 2026년 3월 23일자 노동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회 위원 리창대를 소개하면서 ‘국가정보국장’이라고 하였다. 이를 볼 때 최고인민회의 개최에 앞서 국가보위성이 국가정보국으로 개칭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6년 3월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경찰제도를 신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심 제도 폐지, 국가보위성의 국가정보국으로의 명칭 변경, 경찰제도 도입 발표 등의 제도 변화는 정상국가화 시도의 일면으로 읽힌다. 또한 예심 제도 폐지를 통한 형사소송절차 간소화, 주민들의 구속기간 단축 및 기소 기간 단축 조치는 규범적으로는 국제인권규범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일명 “자유권규약”)에 부합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자유권규약은 모든 사람이 부당하게 지체됨이 없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제14조 제3항).

2022년 형소법 개정을 통해 변호인 선정 신청 기간을 단축(3일에서 24시간 이내)한 것도 외형상으로는 자유권규약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유권규약은 모든 사람이 변호의 준비를 위하여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제14조 제3항). 2025년 형소법 개정을 통해서는 외국과의 사법 협조는 북한이 체결하였거나 가입한 국제조약과 호상성(상호주의) 원칙에 진행한다는 사법 협조 규정을 신설하였는데(제8조) 이는 형사사법의 국제화 조치로 볼 수 있다.

실제 준수·이행 여부는 지켜봐야

규범적 측면에서의 제도 변화와 실태적인 측면에서의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별도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예심 제도 폐지로 인한 수사원의 권한 강화가 미칠 부작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전에는 수사와 예심을 분리함으로써 수사원과 예심원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하게 하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 같은 점에서 예심 제도 폐지로 인한 역기능 발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사원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됨으로써 수사를 받는 북한 주민(피심자)의 인권에 반하는 조치(예를 들어 강압에 의한 자백) 발생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경찰제도의 신설로 수사원(수사경찰)의 기능과 위상이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경찰제도 도입 초기 예심 제도 폐지로 인한 역기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변호인의 독자적인 변호 활동 규정 신설도 규범과 실태 양면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 재판소의 재판 독립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노동당의 영도와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의 변호 활동도 북한 체제 특성상 노동당의 영도와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형소법이 형사사건 취급과 처리에 있어 ‘국가의 요구’에 따르도록 한다는 문구를 신설한 점이 주목된다(제8조). 변호인의 독자적인 변호 활동 규정과 국가의 요구 규정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북한 당국이 2025년 형소법 개정을 통해 외국과의 사법 협조 규정을 신설한 이면에는 중국, 러시아 등에 있는 해외 탈북민 및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강제송환 문제 등 형사사법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는 점에서 실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부 통제는 강화…강해진 국권(國權) 논리 대응

국가보위성의 국가정보국으로의 명칭 변경은 북한 주민의 인권에 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명칭에서 보듯이 정보 수집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등의 인권 침해가 악화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위성의 국가정보국 개칭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안기부 떠올라 섬뜩”하다는 데일리NK의 취재 내용이 이를 말해준다(데일리NK, 국가보위성 → 국가정보국 개칭에 주민들 “안기부 떠올라 섬뜩”, 2026.4.3.). 경찰제도 신설도 체제 보위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경찰제도의 신설 목적이 ‘국가의(북한의) 내부 안전과 사회적 안정 보장’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통제를 강화하는 북한 당국의 이중적 행태는 2026년 3월 헌법 개정에서도 드러났다. 북한은 인민의 복리증진을 국가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내세우면서(서문), 그 일환으로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조건 마련(제22조), 의료봉사의 질 개선(제49조), 현대적인 의료시설(제71조) 등의 규정을 신설하였다. 반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나는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화한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제53조)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권 통제를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고, 평양문화어보호법의 헌법적 근거도 마련하였다(제54조),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북한식 인권 개념은 그대로 유지되었다(제62조).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를 자주권 침해, 내정 간섭이라며 국권 논리와 연계에 대응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은 2026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익 수호를 불변의 원칙으로 틀어쥔다(수호한다)는 문구를 헌법 서문에 추가하였다. 이는 인권 문제에 있어 국권 논리에 대한 대응이 강화될 것임을 말해 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인권 관련 법제 개선을 통한 북한 당국의 진정한 목적이 주민들의 인권 증진에 있다면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우리식 인권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 실질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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