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탄압 시스템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벌어진 납치와 강제송환, 암살이 각각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공개되는 자료와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는 몇몇 기관원의 일탈이나 개별 사건의 집합이라고 보기 어렵다. 해외에 나간 북한 주민과 핵심 인력을 감시하고, 이탈자를 추적·체포해 다시 북한으로 끌고 가는 하나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지난달 발표한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탄압: 중국」 보고서는 그 구조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해외 파견 단위마다 정보지도원이 인원을 상시 감시하고, 무단이탈이나 망명 시도가 포착되면 상부에 보고한다. 국가정보국 소속으로 알려진 ‘안전대표’는 이를 종합해 12~24시간 안에 평양에 상황을 보고하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중국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자체 체포조를 움직인다.
더 충격적인 것은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 비밀 구금시설, 이른바 ‘블랙사이트’가 존재한다는 복수의 증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붙잡힌 사람은 이곳에서 북한의 형사절차상 예심과 유사한 취조를 받은 뒤 강제로 송환된다. 취조 결과는 본인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가족과 가까운 사람에 대한 연좌 처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감시에서 추적·체포, 구금·취조, 송환·처벌까지 하나의 연결된 구조가 작동하는 셈이다.
해외 노동자 늘자 감시 인력도 늘린다
북한 해커 배용주의 사례는 이러한 시스템의 잔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TJWG에 따르면 그는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다 중국에서 체포됐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북한 측에 넘겨졌다. 이후 베이징 북한대사관 영사부 지하에 장기간 구금돼 다시 취조를 받았으며, 북송 당시에는 저항이나 도주를 막기 위해 전신을 깁스한 채 휠체어에 태워 평양행 항공기에 실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TJWG는 현재 그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배용주처럼 이름과 행적이 외부에 알려진 사람이 오히려 극소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데일리NK는 앞서 해외 파견 북한 IT 노동자가 탈북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경우 현장에서 처형하고 사후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 내부 규정이 존재한다는 소식통 증언을 보도한 바 있다. 공개 법령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이 정보와 기술을 가진 해외 인력의 이탈을 얼마나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보는지 보여주는 정황임은 분명하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그물에 갇힌 인권] “北, IT 노동자 탈북 시 현장 처형 규정”)
여기에 최근에는 감시 인력 자체를 대폭 늘리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데일리NK는 지난해 7월 북한 국가보위성이 러시아와 중국 등 해외 파견 노동자가 많은 지역의 보위원을 기존보다 최대 4배까지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에는 보위원 1명이 노동자 300~500명을 관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외부 콘텐츠 시청과 비승인 휴대전화 사용, 탈북 시도가 이어지면서 기존 감시 체계로는 통제가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감시하는 보위원 최대 4배 증원 검토)
감시의 방식도 더욱 세밀해지고 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2025년 2월 ‘외국 파견 노동자 생활통제규정’을 개정해 외부인 접촉, 비승인 휴대전화 사용, SIM카드 구입, 심지어 현지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통화하는 행위까지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 일부 노동자를 비공식 정보원으로 지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서약서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들 스스로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누가 무엇을 보고하는지 모르게 함으로써 집단적인 이탈이나 외부 정보 접촉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해외 노동자를 더 많이 내보내면서 동시에 그들을 더욱 철저하게 통제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에 해외 노동자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역설적으로 체제에는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해외에 나가면 북한 내부와 전혀 다른 사회를 직접 보고, 외부 정보를 접하며, 북한의 노동 동원 방식이나 외화벌이 구조 같은 내부 사정을 외부에 알릴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많이 내보낼수록 감추고 싶은 비밀이 밖으로 빠져나갈 위험도 함께 커지는 셈이다.
결국 북한은 더 많은 사람을 해외에 보내면서 더 많은 감시자를 함께 보내려 한다. 이것은 외화벌이 확대와 통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북한식 해외 노동 시스템의 모순을 잘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질문이 남는다. 배용주처럼 외부에 이름이라도 알려진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피해자는 얼마나 더 있는가. 북한 공관이나 비공개 공간에서 취조를 받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는가. 해외에서 처벌되거나 사라진 뒤 사건 자체가 지워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초국가적 인권탄압의 가장 두려운 점은 단순히 한 사람을 잡아가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당했는지조차 아무도 알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있다.

중국은 정말 몰랐을까
중국의 책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필자가 2011년 무렵 중국에 체류하고 있을 당시 랴오닝성 단둥에서는 탈북민 등을 돕던 한국인 선교사가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 8월 김창환 목사가 단둥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고, 이후 북한 공작원의 독극물 공격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TJWG 보고서 역시 김 목사가 북한 공작원이 사용하는 독극물인 브롬화네오스티그민에 의해 살해된 사례로 이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 이 소식을 접하면서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북한과 접경한 중국 도시 한복판에서 북한 기관원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살인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런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다시 묻게 된다. 중국 당국은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눈을 감았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방조했던 것인가.
이번 TJWG 보고서는 북한의 중국 내 초국가적 인권탄압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북한 기관원이 중국에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실행하는 경우, 중국 당국이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경우, 그리고 중국 당국이 추적과 체포, 조사, 신병 인계에 직접 협력하는 경우다. 어느 경우든 북한 기관원이 중국 영토에서 마음대로 사람을 감시하고 납치하고 구금하도록 방치한다면 중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인 동시에 중국의 사법주권과 법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탈북민 문제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협력 관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기보다 불법 월경자로 취급해 북한으로 돌려보내 왔다. TJWG 보고서가 지적하듯 중국 당국은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표적 인물을 체포해 신병을 넘긴 사례도 있다. 북한 내부의 통제가 강해지고 국경 감시가 촘촘해질수록, 중국 땅까지 어렵게 넘어온 주민들이 다시 붙잡혀 북한으로 돌아갈 위험도 커진다.
북한이 지향하는 것은 어쩌면 ‘제로 탈북민, 제로 정보 유출입’ 시대인지도 모른다. 국경 안에서는 이동과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해외로 나간 주민에게는 감시자를 붙인다.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휴대전화와 외부 접촉까지 통제한다. 도망치면 찾아내고, 붙잡으면 취조해 송환한다. 민감한 정보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가혹한 처벌이 기다린다. 북한이라는 거대한 감옥의 담장이 이제 국경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물론 북한 당국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주민을 국가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며, 체제의 비밀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의 생명까지 희생시키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기록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사라졌는지, 북한의 어느 기관과 인물이 관여했는지, 중국 당국은 무엇을 했거나 하지 않았는지 하나씩 남겨야 한다. 강제북송된 사람, 북한 공관으로 끌려간 뒤 행방이 묘연해진 사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까지 찾아내야 한다. 기록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두 번 사라진다. 한 번은 현실에서, 또 한 번은 역사에서.
그리고 그 기록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도 주민을 어떻게 감시하고 통제하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사회가 이러한 행위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누군가 기록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도 전달해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공간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유를 찾아 몸부림치는 북한 주민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일을 막는 것, 그리고 이미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되찾아주는 것.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탄압에 맞서는 일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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