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칼럼] ‘경찰 제도’ 도입, 치안 개혁인가 통제 강화인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2일 회의가 23일에 진행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2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에 부합하는 경찰 제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북한에는 이미 사회안전성, 과거 인민보안성이라 불렸던 경찰 기관이 존재한다. 김정은은 이 연설에서 “국가의 내부 안전과 사회적 안정을 보장하겠다”고도 말했다. 역으로 보면, 북한 당국 스스로 내부 치안과 사회 안정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사회안전성에는 치안을 담당하는 ‘안전원’과 교통 단속을 맡는 ‘교통안전원’이 있다. 전국에는 한국의 파출소에 해당하는 분주소도 설치돼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자국을 ‘지상낙원’처럼 선전하며 범죄 문제를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북한 내부의 치안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인 하스이케 가오루 씨도 지난 2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절도와 강도가 빈번하다”고 말한 바 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제3방송’으로 불리는 유선방송에서는 때때로 절도 사건이나 교통법규 위반 사건의 가해자 이름을 공개하기도 한다. 강도나 살인 같은 중대 범죄가 발생하면 주민들 사이에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

감시국가인 북한에서는 살인이나 절도 사건의 범인이 비교적 빨리 붙잡히는 경우가 많다. 사회안전성에 곧바로 신소(신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동당 간부 출신의 한 탈북민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뇌물의 만연”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들이 뇌물을 챙기기 위해 사회질서와 치안 유지라는 본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안전원, 즉 경찰관들은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인 시장경제 활동이나 부업에 직접 뛰어들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뇌물을 요구한다.

북한에서는 차량 번호판만 봐도 국가기관 간부, 외교관, 군인 등 차량 소유자의 대략적인 신분을 짐작할 수 있다. 교통안전원들은 뇌물을 요구해도 큰 문제가 없을 만한 상대라고 판단하면 차량을 세운 뒤 “타이어가 닳았다”거나 “추월 위반을 했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벌금, 사실상 뇌물을 요구한다. 북한 운전자들은 교통안전원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평소에도 뇌물로 건넬 담배를 준비해 다닌다. 이 전직 당 간부는 “일이 꼬이면 공민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에 따르면, 고속도로 출입구 검문소에서는 일부 교통안전원들이 화물 유통업자들과 결탁해 화물 일부를 ‘통행세’처럼 빼앗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약 10년 전에는 원산(강원도)과 평양을 잇는 고속도로 출입구에서 뇌물 요구를 거부한 운전자가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트럭이 검문소에 멈추면 일부 교통안전원들이 뇌물 대신 화물 일부를 당연하다는 듯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집에 도둑이 들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으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신고했다가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집 안에 있던 한국 제품이나 시청이 금지된 영상물 등이 발견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북한에는 부유층의 돈을 빼앗는 이른바 ‘의적’을 좋게 보는 분위기도 있다. 조선시대 의적 이야기인 『홍길동전』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고, 어린이 만화로도 제작돼 있다. 주민들은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자에게는 분노하지만, 부유층 한 사람의 재물을 훔친 범죄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평양종합병원과 함경남도 용성기계연합기업소 등 주요 건설 현장에서 “패배주의와 무책임성, 비적극성에 젖은 자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당과 정부 간부들을 해임해 왔다. 이 전직 당 간부는 새로운 경찰 제도 추진에 대해 “사회적 부패와 모순을 바로잡고, 당과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민 감시 기능이 강조돼 온 사회안전성을 서방 국가의 경찰 기관과 비슷한 이미지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 전직 당 간부는 “감시와 보고는 북한 공민의 의무이기도 하다”며 “사회안전성뿐 아니라 북한 내부의 감시 체계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14명으로 구성되는 국무위원회 위원에 김철원 최고검찰소장이 선출됐다. 사법 분야의 고위 간부를 국가 최고지도기관에 포함시킴으로써 사회질서 회복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실질적으로 최고지도자의 말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다. 최근 한국을 적대시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 역시 김정은이 2023년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언급한 뒤 국가 노선으로 자리 잡았다. 북한 관영매체가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보도한 것은 2024년 10월이었다.

앞서 언급한 전직 당 간부는 “법의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 아무리 사법 간부를 등용해도 사회질서 형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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