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속눈썹 제작 부업 ‘열풍’…“한올 한올이 생계에 보탬 돼”

통제에 장마당 위축되고 장사로 벌이도 어려워지자 임가공에 뛰어들어 끼니 이어가는 주민들

본보는 이달 초 북한 노동단련대 수감자들이 가발을 제작하는 작업 현장이 담긴 사진을 입수했다. 사진에는 수감자들이 작업대도 없이 바닥에 비닐이나 장판, 포대를 깔고 작업하는 열악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가발과 속눈썹 제작 부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통제가 강화돼 장마당 분위기가 위축되고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에 장사로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지면서 그나마 돈이 되는 임가공 부업으로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가발과 속눈썹 임가공은 그동안 주로 교화소나 공장 단위에서 이뤄졌는데, 지난해 말부터 무역회사들이 중국 쪽과 단가를 높여 임가공 계약을 맺으며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어 일반 가정집으로도 일감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요새는 전기가 오락가락하는 어두운 방에서 주민들이 밤새 등잔불을 켜놓고 가발과 속눈썹을 제작하는 게 흔한 풍경이 됐다”며 “장사로는 도저히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몸은 힘들어도 일한 만큼 돈이 들어오는 가발, 속눈썹 제작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임가공으로 주민들이 손에 쥐는 돈은 노동 강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가발은 크기와 무게에 따라 개당 1만 5000원(이하 북한 돈)에서 3만원 선이며, 속눈썹의 경우에는 100개 기준으로 두꺼운 제품은 3000원, 얇은 제품은 5000원 정도다.

현재 북한 시장 쌀값을 고려하면 속눈썹 1000개를 완성해야 겨우 쌀 1㎏를 살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장사보다 안정적인 벌이 수단이라는 판단에 따라 주민들이 임가공 부업에 나서고 있고, 실제 이렇게 번 돈으로 식량을 사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속눈썹을 만드는 것으로 가족들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으니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고, 아이들도 학교에 갔다 오면 속눈썹 붙이는 일을 돕는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올 한올이 생계에 보탬이 된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에는 중국 측에서 제시하는 품질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품질에 따라 세세하게 등급을 매겨 단가를 책정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로 찍어낸 듯 정교하게 이어 붙이고 매듭이 촘촘할수록 더 높은 단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손재주가 좋은 주민은 품질 등급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같은 시간을 일해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주민들이 제작한 가발과 속눈썹 완제품은 중국으로 넘겨지고 이후 ‘Made in China’ 라벨이 붙어 전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다. 북한 주민들의 저렴한 노동력이 글로벌 공급망의 하단부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가발과 속눈썹은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수출 품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이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은 이를 최대 전략 수출 품목으로 여기고 있다.

단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가발·속눈썹 임가공은 외화벌이가 절실한 북한과 저렴한 가공처가 필요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북한 대중 수출의 독보적인 1위 품목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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