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 최대 방목장이라고 자랑하는 강원도 세포지구 축산기지가 준공 후 8년이 지난 가운데, 최근 풀판(초지) 관리가 부실한 것은 물론이고 황무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포착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이 봉쇄되자 물자와 자재 공급이 부진한데다, 구제역으로 가축들이 무더기로 폐사하고 여기에 관리부실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축산기지가 운영난에 처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분석을 위해 미국의 극궤도 위성이 촬영한 식생지수 영상으로 확인해 보니 축산기지 준공 후 8년이 지나면서 중국산 사료작물을 도입한 풀판의 생육이 고르지 않고 오히려 변동이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2025년 들어서도 풀판 생육상태를 나타내는 식생지수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황무지화 조짐까지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세포지구는 강원도 세포군, 이천군, 평강군 등 3개 군에 걸쳐 있으며 면적이 5만 정보(1억 5천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축산기지다. 대한민국에서 단일 목장으로는 가장 면적이 큰 삼양목장의 50배 규모다. 북한에서는 ‘세포지구 축산기지’ 또는 ‘세포등판’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은 이곳에서 소와 돼지, 양 등을 키우며 고기와 육가공 제품 등을 생산한다.
‘세포’는 눈포, 비포, 바람포의 세 가지를 일컫는 말인데, 이곳은 눈, 비, 바람이 세서 오래전부터 환경이 열악한 척박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곳에 대규모 축산 기지를 조성한 것이다. 세포기지는 김정은의 대표적 치적 사업 중 하나로 꼽히며 지난 2012년 9월 22일 착공해서 2017년 10월 말에 준공됐다.

세포지구 축산 단지에는 목초 방목장과 축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육에 필요한 건초재배장, 건초가공장, 사료공장 등의 시설이 있어 가축의 먹이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또한 단지 내에 가공 공장을 두고 있어 육가공품과 유제품 등을 생산한다. 이외에도 수의 시설, 방역 시설, 품종 개량 시설, 연구시설, 관리동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북한은 당초 이곳 축산 기지를 인근 마식령스키장은 물론이고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와 연계해 강원도 일대를 외화벌이를 겸한 종합관광단지로 꾸린다는 계획이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금줄과 외국인 출입이 막히면서 원대한 계획에 차질을 빚었고, 이후 사실상 대부분의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급성 폐렴과 구제역 등 질병이 돌면서 가축들이 무더기로 폐사했고, 방역 관리도 부실해졌다. 이에 따라 세포지구 방목장 운영에 위기가 닥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은 세포 축산기지를 ‘김일성이 6·25 전쟁 때 구상하고 김정은이 훌륭하게 일떠세웠다’고 온 나라에 떠들썩하게 선전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운영을 포기할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강원도 세포지구 초지 운영실태를 미국의 극궤도 위성(Suomi NPP)이 촬영한 영상 자료를 이용해서 살펴봤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EarthExplorer 웹사이트에서 ‘eVIIRS NDVI’라고 불리는 식생지수 영상을 내려받아서 분석에 활용했다. 자료는 작물의 생육이 왕성한 8월 중순의 것을 사용했으며, 매해 8월 11~20일간 촬영된 10일치 자료 중에서 최대값을 취합해 구름·그림자 등 오류를 제거하고 합성한 것이다. 또한 2017년 준공 이후, 2018년 8월부터 2025년 8월까지 8개년간의 8월 중순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에 활용했다.
세포지구 풀판의 8년간 생육 분석 결과를 보면, 위 그림에서 2018년에는 평균 식생지수가 0.84에서 이듬해 2019년에는 0.78로 감소했고, 4년 차인 2020년에는 0.60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지수(NDVI)는 식생의 건강성과 밀도를 정량화한 수치로 -1에서 1의 값을 가지며, 작물 식생의 활력도 평가에 주로 활용된다. 식생지수 값이 클수록 작물의 생육이 왕성하고 건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석 결과 2020년 세포등판 식생지수 값이 0.60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 국경이 폐쇄되고 물자・자재의 공급이 제한되면서 기지 운영이 부실해진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여건이 개선되는 듯 보였으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북한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식생지수 값은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2023년 식생지수는 0.77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0.89로 회복되는 듯 보였고, 올해 2025년에는 0.81로 다시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에 북한에서 구제역 발생 보도는 확인되지 않으나, 지속된 관리부실로 세포 기지 풀판이 황폐화 조짐까지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 세포등판 황무지 조짐
수년 전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는 자칭 세계 최대 방목지(초지)라고 자랑하는 북한 강원도 세포등판이 관리부실로 잡초만 무성한 ‘잡초등판’ 불모지로 전락 돼간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풀판이 완공되기 전부터 살초제(제초제)에 강한 내구성을 가진 잡초들이 뿌리를 내리며, ‘대규모 쑥대밭’으로 변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중국에서 도입한 개량종 사탕수수인 ‘애국풀’이 재배 부실로 축산사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국풀’이라 이름 붙인 중국산 사료작물은 추위에 매우 약한 데다 가뭄에도 취약해서 벼를 심어야 할 논에서나 재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포 기지는 바람이 너무 거세서 키가 2m 이상으로 밀식재배를 해야 하는 ‘애국풀’에는 부적합한 환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애국풀’ 재배에 실패하면서 세포등판 축산 기지 운영의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애국풀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재배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데다 수확 과정이 기계화되지 못해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사정도 있었다”면서 “궁극적으로 애국풀은 북한 실정에 맞지 않는 사료작물이었다”고 보도하고, 또한 수확한 애국풀의 관리, 보관, 가공도 쉽지 않기 때문에 목장들에서 애국풀을 외면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의 영상분석 결과와 외신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 강원도 세포등판은 중국산 사료작물의 부적절한 선정과 예기치 못한 팬데믹, 구제역이 겹치면서 풀판 생육과 관리가 부실해지고 황무지화 가능성까지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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