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22 국경을 넘은 통제의 그림자, 초국가적 억압

/그래픽=데일리NK

지난 몇 년 사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권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초국가적 억압(Transnational Repression, TNR)이다. 이는 말 그대로, 자국을 떠난 사람들-망명가, 탈북민, 해외 유학생, 활동가-을 국경 밖에서까지 감시하고 통제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 역시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의 TNR을 수행해 온 국가 중 하나다.

초국가적 억압의 전개 배경

권위주의 국가는 자국 내 주민들을 통제할 뿐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도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그 이유는 정권의 약점을 드러내는 폭로를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사람과 정보가 끊임없이 흐르는 시대에 고향을 떠난 이주민들은 새로운 사회에서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보다 능동적으로 권위주의 정부인 본국을 비판하며, 남은 주민들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본국 정부는 국경을 넘은 이들이 본국이 숨기려 하는 사실을 널리 전파한다면, 정권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이것이 체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한다. 때때로 이것이 외교적인 비용을 불러올지라도 이를 감수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전술을 개발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억압 대상의 선택

권위주의 국가는 오랫동안 해외의 반체제 인사들을 계획적으로 표적화 해왔다. 대표적으로 1940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레온 트로츠키 암살은 해외 망명 지도자에게 가해진 조직적 살해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종교 지도자나 인권 활동가, 언론인, 내부 고위 인사 등 다양한 대상이 표적화 되었으며, 이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국제사회가 반드시 대응해야 할 글로벌 위협이 되었다.

북한 TNR의 주요 발생 국가와 양상

통상 권위주의 국가가 해외에 거주하는 체제 비판적인 인물들을 겨냥해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탄압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체류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나아가 협력하는 형태로 초국가적 범죄를 발생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이주민들은 본국을 넘어 도피한 이후에도 본국의 영향권 아래에서 공포를 느낀다.

북한 또한 자국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경제적 이해관계, 북한 주민의 해외 체류 규모에 따라 광범위한 지역에 억압을 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탈북민 대부분이 경유하는 중국에서는 비공식 공조 하에 강제송환, 탈북민 감시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표적이 되는 주요한 인사를 중심으로 자체적인 체포조의 운용을 통해 체포·납치하는 행위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같은 제3국 망명을 위한 주요 통과 지역들에서는 북한 보위부 요원이나 외교관이 탈북 계획을 원천 차단하고 체포나 회유 등에 개입한 정황 들이 보고되어 왔다.

러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등 대규모 노동자 파견 지역에서도 북한의 억압과 통제는 체계화되어 있다.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모두 감시 체계 안에 놓여 있으며, 해외 공관, 보위부, 정찰총국 요원은 이들의 탈북 시도나 외부 접촉을 상시 보고받고 이를 제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탈북민 활동가나 반체제 인권 운동가들에게 북한 당국은 북한 내 가족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 애쓴다. 북한 정권 비판 콘텐츠를 제작하는 탈북민들은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협박을 경험했다고 증언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메일 해킹 시도나 연락처 추적 시도도 반복되고 있다.

북한 TNR의 지속가능성

체제 안정성을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해외 파견 인력을 모두 통제 대상으로 간주하고, 망명 시도나 반체제 행동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체류국 법치를 훼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미 자국을 떠난 이주민들이라 할지라도 본국의 가족 인질 방식을 통한 위협 수준은 매우 높다. 특히 체류국 정부, 특히 중국, 러시아 정부와의 협력 구조가 매우 공고하다는 것도 북한의 TNR을 지속시키게 만든다. 북한의 TNR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 운영되고 있는 국가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지속 양산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이러한 억압을 막기 위한 사례 수집과 분석, 제도 미비점을 모색하는 노력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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