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북한 매체의 대(對)일본 비난 공세 심층 분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신천계급교양관에서 “세대가 바뀌고 혁명이 전진할수록 더욱 투철한 반제 계급의식을 지니자”고 선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연일 쏟아지는 북한 매체의 일본 비난 보도 양상

북한 매체가 최근 중일관계, 특히 중일 군사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항상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이다. 노동신문은 11월 23일 하루에만 중일 문제 관련 기사를 두 차례나 실었는데, 모두 일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의 자체 비판이라기보다 중국 측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2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만 문제 개입을 경고한 내용을 요약한 것인데, 해석이나 평가 없이 발언을 거의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기사 분량도 고작 네 줄이었다.

반면, 두 번째 기사는 일본의 핵 전략을 직접 비판하는 도쿄신문 논평을 인용하며 일본 정부가 ‘핵 야망’을 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기사만 보면 중국과 직접 연결되지 않아 보이지만, 일본의 핵전략이 결국 ‘대(對) 중국’ 성격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노동신문은 24일에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군국주의 부활 책동’이라는 일본 비난 논평(11.21)을 실었다. 11월 한 달 동안 중국 외교부가 일본을 비난한 논평을 무려 9차례나 보도했으며 핵심은 일본의 ‘중국 내정간섭’ 규탄이다. 노동신문이 지난 9월 29일 보도한 내용도 일본 정치권의 대만 언급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11월 들어서도 중국 외교부는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노동신문은 이를 신속하게 전달했다. 일본 총리가 대만 지도자와의 접촉을 통해 ‘대만 독립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것, 그리고 중국 무력 침공 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 등을 중국이 강력히 규탄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북한은 중일관계와 중국의 일본 대응을 매우 상세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주민들의 실제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 정권이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한 전략적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일 갈등은 북한뿐 아니라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 환경 전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의 대만문제 충돌 격화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급격히 가열되는 양상이다. 갈등의 핵심은 일본이 1972년 수교 당시 수용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점차 이탈하는 움직임이다.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영유권과 동중국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문제로 오랫동안 갈등해 왔지만, 이 문제는 해양 자원과 지정학이 얽힌 구조적 분쟁이다. 일본은 실효 지배 중이며 중국은 ‘역사적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충돌해 왔다. 그러나 이 기존 갈등은 지금의 상황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현재 중일 대립은 군사 충돌까지 염두에 둘 만큼 위험 수위가 높아졌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은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일본 총리는 대만 유사시를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했는데, 이 경우 일본은 공격받지 않아도 자위대의 무력 사용이 가능해진다. 일본이 과거의 전략적 모호성을 완전히 벗어난 셈이다. 이와 함께 일본이 내세우는 ‘보통 국가화’(Normal Country)는 전후 평화헌법 체제를 넘어 강력한 군사·외교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전략이다. 미국 역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아시아권의 핵 도미노 현상을 막고 동맹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의 자체 핵무장은 공식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총리가 비핵 3원칙 중 ‘핵무기 비 반입’ 원칙의 재검토를 시사했는데, 미국은 ‘비 반입’ 수정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과의 ‘핵 공유’ 참여 강화 일환으로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동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일본의 강경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미일동맹을 넘어 한미일 대중(對中) 공동전선 강화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적 비난은 물론 중국인의 일본 방문 제한 같은 실질적인 조치도 취하고 있다. 또한 대만 주변에서 상시적 군사훈련뿐만 아니라 공군기·함정 출격 등 대규모 포위 훈련 및 침공 시나리오 연습 훈련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일 갈등의 확전 가능성과 한반도 문제

북한 노동신문이 연일 중국 외교부의 대일본 비난 성명을 보도하는 것은 단순히 북중러 삼각동맹 틀에서의 연합전선 구축을 넘어선 전략적 계산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의 공동 대응이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위협에 대한 대비 차원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현재의 북중러 삼각동맹 체제에서 가장 큰 수혜국은 러시아다. 북한과 중국의 지원은 러-우 전쟁 장기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음 수혜국은 중국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압박에 맞서 러시아와 북한을 끌어안으며 협공을 펼치고자 한다. 노동신문의 일본 비난 보도는 중국 측의 요구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현재는 북한이 언론 공세에 주력하고 있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경우북한은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했듯이 중국과 공동전선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이미 러-우 전쟁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대리전으로 평가했듯이 대만 문제 역시 대만을 앞세운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으로 판단하며 참전의 명분 및 정당성을 내부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시나리오는 일본이 대만 유사시를 ‘국가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하며 군사적 개입을 선언한 상황에서 북한이 전선을 확대하여 미국과 일본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시점에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일본의 자동 개입을 상정한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전력을 분산시키고 혼란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남한 역시 미국의 요청에 의해 일본처럼 군사적 개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북중러 삼각동맹의 최후 목표일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양안(兩岸) 문제는 단순히 미중, 중일 관계를 넘어 북한, 그리고 남한 모두에게 국가 존립 위기 사태로 확전될 수 있는 중대 변수이며 한반도 안보 상황에 직격탄을 가하는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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