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북한이 지우는 금강산의 과거, 남북관광의 미래는 어디로

북한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에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남한시설 철거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최근 위성사진에서 12층 쌍둥이 이산가족면회소 지붕이 사라졌고, 콘크리트 벽체만 남은 것이 관측됐다. 금강산청년역과 금강산온천도 사라졌고, 온정각 문화회관과 아난티 클럽하우스는 철거 자리에 빗물이 고여서 물웅덩이가 됐고, 유기 및 방치된 모습이 식별됐다. 관광객을 실어 나를 원산과 금강산을 잇는 고속도로에는 본래의 기능 대신 800~900m에 이르는 긴 구간에 올가을 추수 곡식(옥수수)을 널어 말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금강산 관광지구 남한시설 철거 배경을 되짚어보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협상이 결렬된 것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지도부의 좌절감과 분노가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회담 결렬 이후 국제 망신을 당했다는 허탈감과 불편한 심기 속에서 하노이에서 3일간에 걸쳐 중국을 경유해서 전용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쓸쓸히 돌아갔다. 그해 10월 김정은은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차 방문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너절한 것들을 싹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할 것”을 지시하면서 남한시설 무단 철거가 시작된 것이다. 북한은 지금 2025년 10월 말 6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금강산지구에서 북한식 재개발은커녕 남한시설 철거조차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고해상 위성사진을 이용해서 남한 몇 관광시설의 주요 철거 동향과 현재 모습을 살펴봤다.

◆이산가족면회소

금강산 관광지구 이산가족면회소 지붕이 사라지고 내부가 뚫려서 안이 들여다보인다. 콘크리트 벽체만 남았고, 남북 행정동과 경비건물을 포함해서 시설 철거가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구글어스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으로 쓰이던 건물이며, 호텔 구조의 면회 및 숙박 복합시설이다. 5ha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2층으로 건설됐으며 2008년 7월 완공됐다. 위성사진에서 보면, 12층 쌍둥이 건물 지붕이 철거됐고 내부가 뻥 뚫린 채 안이 들여다보이는 형국으로 변했다. 인테리어 등 내부 시설과 구조물이 모두 철거됐고, 빈 콘크리트 벽체만 남아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벽체는 언젠가 폭파 및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이 짓고 운영했던 안전시설인 소방서 건물은 지난해 4월 이미 사라졌고, 빈터에 일부 잔해만 관측된다. 면회소 건물 왼쪽에 있는 북측 행정 사무동인 3층짜리 건물은 철거돼서 일부만 남았고, 오른쪽 남측 사무동과 면회소 아래편 경비건물은 철거가 진행 중이다.

◆금강산청년역과 금강산온천

금강산청년역 플랫폼이 사라졌고, 역사는 벽체 콘크리트만 남았다. 금강산온천장도 철거됐고, 신축건물이 몇 동 식별된다. /사진=구글어스

강원도 안변역에서 감호역을 잇는 열차선 상에 금강산청년역이 있다. 금강산 관광 루트와 연결되는 철도역이다. 최근 위성사진에서 100m×10m 크기의 플랫폼 지붕과 지원건물 1동이 철거돼 사라졌고, 철도 역사 건물은 지붕이 없어진 채 콘크리트 벽체만 남은 것이 식별된다.

한편, 남측 민간 및 공공 자산으로 건설된 금강산온천 건물도 철거됐다. 복합 온천 리조트형 단지의 시설은 ‘온천장’과 숙박시설인 ‘온천빌리지’로 구성돼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온천장은 이미 철거됐고, 빌리지 숙소동 일부도 사라졌다. 온천빌리지에는 새로운 건물이 몇 동 들어섰다. 하늘색 지붕의 신축건물이 보이는데, 크기는 25m×6m로 측정된다.

◆아난티 클럽하우스와 온정각 문화회관

아난티 클럽하우스와 온정각 공연장이 철거된 자리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잔해와 부지가 장기간 유기되고 방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구글어스

남한 기업 아난티가 투자해서 조성한 리조트형 골프장은 대부분 2022년 4월에 철거됐다. 클럽하우스가 있던 자리에는 잔해 일부가 보이고, 빈터에는 물웅덩이가 식별된다. 최근 궂은 날씨 속에 빗물이 고여서 물웅덩이가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아난티 클럽하우스는 안내실, 회의장, 헬스장, 식당, 라운지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 건축물이었다. 클럽하우스는 리조트 숙박시설(96실 규모)이 2022년 해체된 이후에도 지속 남아 있어서 재활용되는 것으로 예견됐으나, 지난해 하반기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아난티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실질적 운영은 해보지도 못하고, 507억 원을 손상 처리하면서 결국 금강산 사업을 정리했다.

온정리에 있는 문화회관인 온정각 공연장은 북한 공연과 문화행사를 개최하던 시설이었다. 620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에서 북한 서커스와 교예단 공연이 펼치기도 했다. 지금은 공연장 돔형 지붕이 철거됐고, 최근 위성사진에서 무대가 있던 곳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웅덩이가 생긴 것이 식별된다. 과거 금강산관광 시절 온정각에서 필자가 맨 앞에 앉아서 북한 서커스를 관람하던 주황색 객석의 일부도 보인다.

◆가을 추수 곡식 말리기

관광객 수송 없이 방치된 고속도로에서 옥수수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곡식 말리는 장면은 금강산관광지구 여러 공터에서도 식별된다. /사진=구글어스

강원도 원산과 금강산을 잇는 국도 7호선 고속도로에 한쪽 변을 따라서 신계천을 가로질러 길게 노란색 띠가 펼쳐진 게 위성사진에서 식별된다. 올가을 추수한 옥수수를 햇볕에 널어 말리는 모습이 긴 노란색 띠 형태로 펼쳐진 것이다. 길이는 380m에 폭 2.5m로 측정된다. 노란색 곡식 띠는 위성사진 오른쪽에서 지속 이어진다. 총 길이는 875m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을에는 옥수수를 말리고 봄과 초여름에는 주로 밀보리를 공터에 펼쳐 말리는데, 이런 모습은 남한 시골에서도 볼 수 있다.

금강산관광지구에 국도 7호선뿐만 아니라 너른 공터에 옥수수를 말리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식별된다. 올가을 북한에는 일기가 불순해서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많아서 수확기 작물이 썩어들어가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데일리NK 보도(10월 18일)가 있었다. 궂은 날씨 가운데 모처럼 해가 나면서 곡식을 내다 펼쳐 말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곡식 말리는 데에는 도로나 공항 활주로가 장소도 넓고 최적일 것이다. 가을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여러 곳 공터나 도로, 건물 지붕에 곡식을 말리는 모습이 자주 식별된다. 북한 군용 공항 활주로 또는 유도로 상에서, 심지어 영변 핵 단지 공터와 건물 지붕에도 옥수수를 펼쳐 말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금강산관광지구 미래와 개발 전망

남북한 간 정치적 긴장과 갈등으로 인해 금강산 관광이나 개발 재개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제한적 재개의 가능성은 있지만, 전면적인 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이뤄질 경우, 단계적인 재건축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강산 관광지구 미래는 정치적 상황과 국제사회 협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단기적으로는 관광 재개나 시설 재건축이 어려울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국제 사회 지원이 이뤄진다면, 점진적 개발과 관광사업 활성화는 언젠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