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당 창건 80주년을 앞두고 남포·나선·신의주·원산 등 주요 도시의 기업창설을 대폭 승인한 이후, 실제 신생 기업들이 한 달여 만에 매출과 고용 확대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가 납부금 요구도 본격화돼 기업 운영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지난 8월 하순 내각이 행정 지도서를 통해 해당 시(市) 인민위원회들에 기업창설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라고 지시한 이후 실제 기업 등록이 잇따랐다”며 “승인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달 초중순부터 운영에 들어간 기업들도 여럿”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업창설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여러 명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소액씩 출자한 형태고, 다른 하나는 돈주가 단독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형태다. 초기 투자 규모는 기업별로 (북한 돈 기준)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까지 다양했다.
지역으로 보면 나선은 북중러 삼각 무역 지구라는 특성에 따라 물류·운송업종의 신생 기업들이 생겨났고, 원산은 관광 수요를 겨냥한 숙박·식품업 관련 기업이 급증했다.
기업 운영이 시작된 게 불과 한 달여지만, 매출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산 원단을 들여와 일상복과 작업복을 제작해 납품하는 남포의 한 신생 의류 기업은 보름 만에 초기 투자금의 10~15%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고, 신의주의 한 식품 가공 기업은 빵·과자를 하루 2000개 이상 생산해 보육·교육시설과 장마당에 도매가로 팔아 주간 목표 매출의 120%를 달성하고 있다고 한다.
신생 기업들의 고용 확대도 눈에 띈다. 남포시의 또 다른 의류 기업은 맨 처음 10여 명의 종업원으로 시작해서 한 달 만에 종업원 수가 2~3배 이상 늘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 기업은 여성 종업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청년층 고용도 두드러진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업창설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고 실제 무직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은 내각의 국가 납부금 요구라는 변수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승인을 받을 때만 해도 별도 부담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매출이 생기니 ‘운영 관리비’, ‘국가 기여금’ 등의 명목으로 수익의 절반 가까이 거둬가 기업 운영자들이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업 운영자들 사이에서는 “매출이 늘자마자 명목이 줄줄이 붙어 종업원들 임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해졌다”, “매출 수익만 생기면 국가가 각종 구실로 다 가져간다”는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위에서 운영 질서를 어기면 법적 처벌까지 한다고 엄하게 말한 게 있어 지금은 기업들이 괜히 걸리지 않으려고 꼬박꼬박 바치고 있으나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번에야말로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대고 일하려는 사람은 품을 바쳐서 제대로 굴러갈지 아니면 또 소리만 요란하다 말지 한번 보자는 소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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