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창구 닫혔다”…RFA 라디오 방송 중단에 北 주민들 아쉬움

당국 통제에도 새벽마다 몰래 라디오 들었던 회령·신의주 주민 “희망 줬던 방송 다시 재개되길”

/사진=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 주민들이 오랫동안 외부 소식을 접해 온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지난 7월 초 송출이 중단됐다. 이에 데일리NK는 북한 내에서 남모르게 RFA 라디오 방송을 청취해 왔던 주민들을 물색했고, 어렵사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보의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각각 함경북도 회령(40대)과 평안북도 신의주(50대)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모두 RFA 라디오 방송 중단에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가 닫혔다”며 깊은 허탈감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회령시 주민 A씨는 2018년부터 RFA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밤 12시 이후나 새벽에 라지오(라디오)를 켜놓고 주파수를 맞춰 들었다”면서 “이곳(북한)에서는 알 수 없는 ‘아랫동네’(남한) 소식과 세계 정세를 들을 수 있었고, 잘못된 정치 현실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여기서는 모두가 세상이 다 이런 줄 알고 살지만 방송을 들으면 이곳이 얼마나 살기 어려운지, 또 다른 사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며 “아랫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런가 하면 신의주의 주민 B씨는 “2003년 초반부터 (RFA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며 “주로 새벽 시간대에 주파수를 돌려 들었는데, 세계 정세를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B씨 역시 “방송을 듣기 전에는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몰랐지만, 방송을 들으며 세상이 달리 보였고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방송을 통해 바깥세상과 소통한다는 든든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A씨와 B씨의 언급은 RFA 등 대북 라디오 방송이 단순한 뉴스 채널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사고와 정서를 변화시키는 ‘창구’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밤이나 새벽 같은 은밀한 시간대에 주파수를 맞추며 외부 방송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민들이 금지된 정보를 향해 스스로 다가갔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북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한국과 세계의 정세, 상황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대북 라디오 방송이 체제 선전에 균열을 내는 ‘비교의 잣대’ 역할을 한 셈이다.

이들 주민은 RFA 라디오 방송이 중단된 데 따른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도 고스란히 털어놨다. A씨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고, B씨는 “살맛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실망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RFA 라디오 방송이 끊긴 뒤 이들은 일본·중국 방송에 귀를 기울이거나 중국 화교를 통해 외부 소식을 듣는 등 다른 길을 찾고 있지만, “비교할 만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두 주민은 “방송이 꼭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아랫동네 소식, 해외 소식을 들으면 새로운 희망이 생겼는데 참 아쉽다”며 방송 재개를 기원했고, B씨는 “이곳에서는 방송을 통해서만 외부 세계를 알 수 있다”며 “소통 창구가 다시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간절한 심정을 밝혔다.

한편, 국민통일방송이 지난해 발간한 ‘2024 북한 미디어 환경과 주민들의 외부 콘텐츠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용 라디오 기기에 대한 북한 내부 수요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주파수 고정을 지속 강조하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통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당시 조사에 참여한 북한 주민 100명 중 19%가 라디오를 청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청취 빈도는 ‘거의 매일’이 5.6%, ‘한 달에 한 번 이상’이 44.4%로 조사돼 적극적 청취자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