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두 국가론’이 헌법화되지 않음을 김정은이 직접 밝힌 이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9월 20일과 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개 국가로 존재해왔다”며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두 국가론’이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밝힌 김정은

김정은이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제14기 제13차) 연설에서 두 국가론이 아직 헌법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밝힌 바 있다.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입니다.”

이 발언으로 두 국가론이 북한 헌법에 아직 명시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국가론의 헌법화를 주장했던 전문가들은 이제는 두 국가론에 ‘쐐기’를 박았다고 한다. 헌법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격이다.

언론들은 여전히 헌법화되지 않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다시 두 국가론에 대해 발언한 자체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법으로 고찰시킬 것”보다는 여전히,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에 계속 해서 시선이 머물러 있다. 그러다 보니 김정은의 계속되는 기만술과 더불어, 이번에 드러낸 김정은의 유인책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국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정은의 의도

김정은은 지난 연설에서 유독, ‘국법’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비핵화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김정은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것이 국법, 곧 헌법에 명시되어서 절대로 비핵화를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는 자신에게 국법을 위배하라는 것과 같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다칠 수 없고 변화시킬 수 없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공화국의 최고법에 명기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국법을 반드시 수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은 북한의 핵보유국이 헌법화된 사실을 매우 강조했다. 이것은 반대로 국법, 즉 헌법화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우리는 김정은이 아직 두 국가론이 헌법화되지 않았다고 직접 밝힌 이유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두 국가론’은 변할 수 있는 하나의 대남전략 측면

그렇다면 김정은의 아래 발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입니다.”

이것이 아직 국법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라는 발언도 국법과는 상관없는 현재 북한의 대남전략이기에 이것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변경 가능하다는 데서 대남 기만술, 대남 유인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아래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합니다.”

이 발언도 번복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이것은 두 국가론 측면에서 나온 발언일 수 있지만, 이 발언은 헌법화된 국가 핵무력 정책에 반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통일 거부 발언, ‘영토완정’과 연결

김정은의 아래 발언은 두 국가론과 국가 핵무력 정책의 요소가 혼재된 내용이다.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두 실체의 통일”이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고 한 발언은 두 국가론이 아닌 국가 핵무력 정책의 목표인 ‘영토완정’ 측면으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두 국가론 측면에서 통일을 안 한다는 의미는 작년(2024) 10월 7일, 국방종합대를 방문해서 한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습니다.”

이 내용은 ‘남조선 해방’을 포함 어떤 방식의 통일이든지 전면 거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무력통일, 즉 영토완정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냥 대한민국을 없는 셈 치고 신경을 전혀 안 쓰겠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국가 핵무력 정책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정면으로 충돌한다. 따라서 김정은이 지난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한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라는 발언은 두 국가론이 아니라 헌법화된 국가 핵무력 정책 측면에서 했다는 것을 우리는 포착해야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10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하고 창립 60주년을 맞는 교직원, 학생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두 국가론’, 헌법화된 ‘국가 핵무력 정책’과 정면충돌

김정은은 지난 연설에서도 ‘영토완정’을 언급하며 아래의 문장과 연결시켰다.

“만약의 경우 초래될 치명적인 후과에 대하여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국가 핵무력 정책의 핵심 요소인 남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정은은 지난 연설에서도 이것을 ‘제2의 사명’이라고 칭했다.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 지역 그의 동맹국가들의 군사 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합니다.”

이 발언에는 핵 선제공격과 더불어 영토완정이 다 내포된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의 연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두 국가론’과 ‘국가 핵무력 정책’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북한은 국가 핵무력 정책을 2023년 9월에 헌법화시켰다. 따라서 그 성격이 상충되는 두 국가론을 북한이 헌법화시키는 다는 것이 큰 난제일 것이다. 선대 정권부터 늘 주창했던, ‘남조선 해방’도 사실 무력통일을 통한 ‘영토완정’에 더 가깝다. 이처럼 두 국가론을 헌법화하는데 있어 대내외적으로 많은 장애물이 있기에 북한은 아직도 헌법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두 국가론’, 헌법화 안된 것을 밝힌 김정은의 의도, 대남 유인책

김정은은 북한 핵보유국의 헌법화를 강조하면서 반대로 두 국가론에 대해서는 아직 헌법화되지 않았다고 의도적으로 밝혔다. 이것은 대남 유인 측면의 발언이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절대로 상대하지 않겠다면서, 그 이유를 교묘하게 흘렸다.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고 하나는 국가보안법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 두 가지가 여전히 작동하는 것에 대단히 실망한다고 하면서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북한을 상대(대화/접촉)하려면 이것들부터 없애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정은이 이 발언을 한 같은 날에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군이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냐고 하며 ‘굴종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수 있는데, 김정은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보다 더 파격적으로 화답을 한 것이다. 바로 다음 날에는 B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북한의 핵무장을 방어용이라고 시사하며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피력했다. 유엔기조연설(9.23)에서는 국제사회 앞에 비핵화 3단계론을 제시하며 핵 폐기 아닌 핵 중단을 제안했다. G7 외교장관들은 다시금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는데 말이다.

필자는 김정은의 유인책에 휘말렸다고 평가한다. 당장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남북 간의 접촉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김정은은 더더욱 이재명 정부를 뒤흔들 것이고, 군사적 도발(오물풍선 포함)도 감행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굴종외교’를 선택한 이 정부가 꼼짝 못 하고 당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에서 이미 헌법화된 국가 핵무력 정책의 핵심 요소인 남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핵 선제공격을 선언했는데, 북한 핵을 방어용이라고 집착하는 자체가 매우 위험한 사고이다. 이것은 관용이 아니라 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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