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국제법] 北인권 책임규명: 미국과 EU의 표적 인권제재

/그래픽=데일리NK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가 발간된 이듬해 2015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설립되었다. 서울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는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침해 실태를 추적 및 기록하여 향후 국제사법 절차에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축적해 왔다. 오는 9월에는 제60차 인권이사회에서 COI 후속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COI 보고서 발표 후 10년 동안,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에도 책임규명 문제가 포함되었다. 지난 5월에는 제79차 유엔 총회 세션의 일환으로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된 지 무려 20년 만에 사상 처음 고위급 전체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인권 문제를 유엔 총회 차원에서 고위급 안건으로 격상시켜 공식 논의한 첫 사례이자 대표 사례가 되었다.

책임규명 방안으로서의 표적 인권제재

오늘날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문제에서 ‘완전한 책임규명’(full accountability)을 강조한다. 유엔의 북한인권 관련 문서는 책임규명의 일환으로 인권제재를 언급하고 있다. 2014년 COI 보고서는 안보리에 북한 반인도범죄에 가장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관 및 개인에 대해 표적 제재(targeted sanctions) 채택을 권고하였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24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상황보고서에서 미국의 2016년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Global Magnitsky Human Rights Accountability Act) 제정 후 인권제재 시행 국가들이 확산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인권제재는 신중한 계획과 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주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된 결의 1718호(2006), 1874호(2009), 2094호(2013), 2270호(2016) 등 대북제재를 시행해 왔으나, 인권침해 관련한 표적 제재는 개별 회원국의 독자 조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COI 보고서는 북한 인권 침해의 책임자 처벌과 국제사법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의 직접 제재로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미국은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과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의 고위 인사, 노동당 지도부, 국가보위성 등 인권 침해에 책임 있는 기관과 개인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영국, 캐나다, EU도 북한 인권 침해자에 대한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등 독자적인 표적 제재를 시행 중이다. 이러한 제재는 북한 정권의 국제 금융 접근을 차단, 인권 침해 책임자에 대한 국제적 낙인을 강화하는 효과를 목표로 한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인권제재

미국은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표적 인권제재 정책도 시행 중인데, 2016년 2월 제정된 북한제재 및 정책강화법(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과 대통령 행정명령 13722호(Executive Order 13722)를 법적 근거로 삼고 있다. 북한제재 및 정책강화법에서는 국무부가 법률 제정 120일 내로 북한 내 중대 인권 유린 또는 검열에 대한 책임자를 식별하는 「북한 내 중대 인권 유린 또는 검열에 관한 보고서」(Report on Serious Human Rights Abuses or Censorship in North Korea)를 발간하고, 3년 동안 180일마다 동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동향을 보면, 국무부가 북한제재 및 정책강화법에 따른 보고서를 낼 때마다 재무부 외국 자산 통제국(OFAC)은 2016년 7월 6일 제1차 보고서에 맞춰 최초로 현직 국가원수 김정은을 포함한 개인 11명·단체 5곳 제재, 2017년 1월 11일 제2차 보고서에 맞춰 개인 7인·단체 2곳 제재, 2017년 10월 26일 제3차 보고서에 맞춰 개인 7인·단체 3곳 제재, 2018년 12월 10일 마지막 제4차 보고서에 맞춰 개인 3인에 대한 인권제재 조치를 시행하였다. 북한제재 및 정책강화법의 규정에 따른 국무부 보고서 제출 의무가 끝난 후, 북한 개인 및 단체에 대한 표적 제재는 급감하여 2021년 12월 20일 및 2022년 12월 9일 OFAC 제재 추가가 마지막이었다.

북한을 직접 겨냥한 북한제재 및 정책강화법에 이어 글로벌 인권제재 법안인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동년 12월 제정하여 북한의 WMD, 인권 등을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동법은 ‘정부 관료의 불법적 행위를 폭로하여야 하는 사람’ 또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자유를 획득, 실행, 옹호 또는 촉진하여야 되는 사람’에 대한 ‘중대한 인권 위반’ 행위 및 ‘중대한 부패’ 행위에 연루된 개인 및 법인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은 정부 관료의 불법 활동을 폭로하는 자로 정의되는 내부고발자와 인권옹호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초점을 둔다. 여기서 인권 침해 가해자는 외국 국민이어야 하며, 미국 국민은 제재가 아닌 형사기소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국제인권법이 일반적으로 국가행위자들을 인권 침해 대상으로 규율한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은 외국의 정부 관료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동법은 증거 기준에 대해 다소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론상으로는 공개된 정보뿐 아니라, 첩보를 기반으로 지정하는 것을 허용, 미국 입법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정보를 기밀로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은 2016년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과 각종 행정명령을 근거로 북한의 인권침해 책임자 및 관련 기관에 대해 표적 인권제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와 함께 2017년 4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공포했던 대통령 행정명령 13818호는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보완함으로써 동 법률상 인권제재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다. 미국 대통령은 심각한 인권 침해에 연루되거나 책임 있는 북한 기관 및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하며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 및 개인에게 자산동결, 여행제한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미 국무부는 2016년 7월 6일 김정은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8개 기관을 첫 인권제재 대상자로 지정하였다. 이후 명단을 지속 발표한 바 있는데, 2018년 12월 김정은과 김여정 등 개인 32명, 13개 기관에 대해 미국 입국금지, 자산동결, 거래중단 등 경제제재가 부과되었으며, 2022년 12월 개인 2명, 8개 기관 대상 제재 발표가 이뤄졌다. 2023년 기준, 미국 재무부의 북한 관련 제재 명단(SDN List)에는 100여 명의 개인과 80여 개 기관이 등재되어 있다. 또한 2022년 12월 23일 제정된 북한 검열 및 감시에 대응하는 2021년 오토 웜비어 법(Otto Warmbier Countering North Korean Censorship and Surveillance Act)에도 인권제재 관련 규정이 존재하는데, 북한의 당국 또는 노동당 검열에 연루되었거나 책임 있는 외국인에 대해 자산 동결, 비자 입국 허가 무효화 및 유예 등 제재 부과가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 웜비어 법 제정 이후 행정부에서 제재 보고서 제출, 전략 실행, 예산 집행 등 주요 조항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유념해야 하는 대목이다.

EU의 북한에 대한 인권제재

EU의 경우,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인권제재를 이행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인권제재를 부과하는 방식을 취한다. EU는 2020년 12월 7일 글로벌 인권제재 체제를 채택하였는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지른 기관 및 개인 대상으로 여행 금지, 자산 동결, 기금 모금 금지 등 각종 표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다. EU는 2021년 3월 22일 중국, 북한, 러시아, 리비아, 남수단, 에리트리아 개인 11명, 4개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였고, 북한 제재 대상인 개인 및 기관으로 국가보위상 정경택, 사회안전상 리영길 그리고 중앙검찰소가 있다. EU의 글로벌 인권제재 체제는 2020년 채택된 이래 2022년 12월 5일, 동 제재가 2023년 12월 8일까지 연장됐고, 2023년 12월 4일 다시 2026년 12월 8일까지 3년이 더 연장된 상태이다. EU 정상 회의체 유럽이사회는 2024년 7월 글로벌 인권제재 체제에 따라 북한 리창대 국가보위상, 온성군 보위부 구류장 등 총 개인 4명, 기관 2곳에 대하여 추가 제재 조치를 승인하였다. 제재 대상에 포함 시, EU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대상이 되며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또는 이들의 이익을 위한 자금이나 경제적 자원 제공이 금지된다.

인권 침해에 대한 제재는 EU의 핵심적인 인권 보호 수단 중 하나이다. EU는 인권을 침해한 개인과 기관들에 대해 주로 여행 금지나 자산동결 형태로 제재를 가해 왔다. 과거에는 개별국가를 대상으로 지목해 왔다면, 최근 들어 특정 유형의 인권 침해에 초점을 맞추는 주제별 접근방식으로 제재 방식을 전환하였다. EU 글로벌 인권제재 체제는 인권 침해 행위에 관여한 자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여 전 세계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이러한 인권제재 관련 법률은 신속한 제재의 부과 및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일관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재가 신뢰도를 높이려면 제재 대상자의 지정이 정치 또는 외교적 배려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며, 제재 대상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장치의 마련도 요구된다.

한국판 인권제재 방안 논의

지난 10년 동안 책임규명 논의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보인 특징으로 인권 침해에 대한 제재, 즉 인권제재를 꼽을 수 있다. COI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에 북한 반인도범죄에 가장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관 및 개인에 대해 표적 제재를 채택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후 채택된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을 시작으로 EU, 영국 등으로 모든 국가의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각국의 인권제재가 확산 중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은 2016년 북한제재 및 정책강화법과 행정명령 13722호에 근거해 북한만을 대상으로 인권제재를 시행 중이다. EU의 경우, 2020년 채택한 글로벌 인권제재 체제를 근거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인권제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인권제재를 부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책임규명을 위한 인권제재 논의 확산 동향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규명의 일환으로 북한의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인권제재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표적 인권제재는 기존의 포괄적 제재의 한계와 비의도적인 효과로서 부작용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유엔을 중심으로 제재의 정당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논의 속에서 발전해 왔으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제법이 국경을 넘어 반인도범죄, 제노사이드(집단살해죄), 전쟁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직접 형사책임의 객체로 삼는 국제형사법상의 발전은 개인에 대한 표적 제재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한국 정부도 인도에 반한 죄에 대한 인권 침해 책임규명의 일환으로서 북한의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인권제재 방안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 물론, 보편가치로서 북한인권 책임규명의 중요성과 시급성, 국제사회의 인권제재 동향, 그리고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효성 있는 한국판 인권제재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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