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평양 중심부 쪽방촌은 폭염 vs 김정은 관저는 쾌적

6월이 되면서 본격 여름철에 접어들었고, 5월 말부터 시작된 더위가 점차 무더워지고 있다. 올해도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무척 더울 것이라는 예보가 나온다. 최근 인도 북부지역에서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벌써 온열 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여름 지구촌이 지난해 못지않게 뜨거운 태양열과 심한 땡볕에 시달릴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경고도 있다.

위성영상을 활용해서 평양의 올여름 무더위와 폭염 상황을 미리 가늠해 보았다. 역대급 폭염으로 기록된 2024년 늦여름에 촬영된 위성자료를 활용해서 분석했다. 미국의 지구관측위성 랜샛-9호가 촬영한 열적외선(TIR) 영상 중에서 8월 말에 구름 한 점 없고 쾌청한 날의 자료를 미국 지질조사국(USGS) 포탈(EarthExplorer)에서 내려받았다. 8월 말이면, 여름 늦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기간이다.

우리 기상청에서 발령하는 폭염 영향예보에는 관심, 주의, 경고, 위험의 4단계가 나온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보건정보에 따르면, 폭염 특보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 구분한다. 지난해 8월 말 서울 당시 습도 78%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폭염 특보 발령 기준은 아래 표와 같이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습도 78%에서 섭씨 29~30도는 관심, 31~32도는 주의, 33~35도는 경고, 36도 이상은 위험 수준의 폭염 특보가 발령된다.

◆평양시 폭염 상황 분석

열적외선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양시 중심부가 지난해(2024년) 여름 폭염에 시달렸으며, 폭염 면적이 평양시 전체의 13.5%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랜샛-9 TIR

2024년 8월 말 촬영한 랜샛-9호 위성의 열적외선 자료를 이용해서 평양시 폭염 상황을 분석했다. 8월 28일 평균 기온은 26도이고, 지역에 따라 최저 20도에서 최고 38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인 것으로 분석됐다. 위험, 경고, 주의 및 관심 4단계의 폭염 특보를 모두 합한 면적은 2만 4000여ha인 것으로 집계됐고, 평양의 13.5%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의 폭염 구역은 두루섬, 양각도, 능라도를 포함해서 대동강 양안 도심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도심의 몇 곳 폭염 상황을 확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지난해(2024년) 8월 28일 평양시 중심부가 보라색 이상의 늦여름 폭염에 갇힌 데 반해, 김정은과 일가의 관저시설은 주변 민간 구역과 10도 이상 기온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센티넬-2C(배경)+랜샛-9TIR분석(중첩)

열적외선 자료를 분석하고, 평양시에서 폭염 특보 구역을 단계별로 보라색~붉은색으로 표기했다. 평천구역에는 평양화력발전소, 대동강밧데리공장, 그리고 평양역과 인근 지역이 고열을 내며 뜨거운 폭염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동강구역에서는 일대가 온통 보라색 이상의 폭염 특보 구역으로 파악됐는데, 주민들이 모여 사는 살림집 구역이 특히 붉은색으로 짙게 표기됐다. 이곳은 저층 주거지가 빽빽이 들어찬 서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파악된다. 살림집들이 사이 공간도 없이 밀집된 주거단지가 지열로 달궈져서 열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더운 공기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공기 순환이 안 돼서 과밀 거주지가 폭염 구역으로 표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서민 주택가가 공기 순환이 안 돼서 폭염에 시달리는 현상은 서울 쪽방촌의 경우와도 마찬가지다. 열적외선 위성자료를 분석해 보면,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의 쪽방촌은 기온이 높고 폭염 수준도 높게 파악돼 나온다. 뉴욕 할렘가를 위성자료로 분석하면, 거기도 마찬가지로 폭염 구역으로 표기될 걸로 판단된다. 한편, 서울 송파구 잠실아파트 단지는 한여름에 기온이 주변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파트 단지는 동 간의 간격이 넓고 사이로 공기가 순환해서 더운 열기가 빠져나가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평양 대동강구역에는 대사관 밀집 지역이 있다. 영국, 독일, 브라질, 유고슬라비아, 베트남 등 외국의 여러 대사관저가 밀집된 곳이다. 상대적으로 이곳 기온은 인근 주민 거주지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건물 간격이 넓고 사이에 공터 등 여유 공간이 있어서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고 순환이 비교적 원활한 탓인 것으로 평가된다.

평양시 용성구역에는 김정은과 일가가 전용으로 이용하는 관저시설이 있다. 용성별장 또는 용성관저라고 부르는데, 부지에는 승마장과 사격장, 관저 및 식당이 있고 김정은 전용 열차역도 따로 설치돼있다. 용성관저 부지는 1240ha로 측정되며, 여의도(290ha) 약 4.3배에 이르는 상당히 넓은 규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관저 경계선은 미국의 민간 위성 전문가인 제이콥 보글의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제이콥 보글에 따르면, 용성관저는 외부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서 경계 펜스가 3중으로 엄중하게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관저에는 과거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가 상주하면서 김정일의 까다로운 일식 선호 식성에 맞추어서 전용으로 고급의 일식 요리를 진상하던 식당이 있다. 후지모토 겐지 수기에 따르면, 북한이 평소 반일을 외치면서도 김정일을 위시한 일가는 식성과 취향이 일본식을 즐기고 일본문화와 제품을 선호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진다.

위성사진을 보면, 용성관저는 짙은 녹색의 숲과 녹지에 둘러싸여 있고 3개의 커다란 연못의 수변공원이 계곡에 조성돼 있으며, 일대가 기온이 낮고 환경이 쾌적한 것으로 파악된다. 관저 일대가 25~26도의 기온을 나타내는데, 관저 밖 35도를 웃도는 폭염 날씨와는 10도 이상의 기온 차이를 보인다. 호수와 연못을 낀 수변과 녹지공원 숲에서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면 쾌적한 장소로는 최적일 듯싶다. 평양에 여름에 시원하고 경치 좋고 쾌적한 명당 자리에는 지도자와 일가 전용의 사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평양시 폭염 상황을 단계별로 종합하고 면적과 비율을 정리해서 아래 표에 나타냈다.

평양시 지난해 8월 말 폭염은 관심 구간이 65.7%로 제일 많았고, 주의가 30.1%, 경고 4.1%, 최고 단계인 위험은 0.1%인 것으로 파악됐다. 4단계를 합한 전체 폭염 구역은 2만 4120ha로 평양시 면적의 13.5%인 것으로 집계됐다. 평양시 면적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의 행정구역 자료를 바탕으로 측정했으며, 17만 9059ha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시는 면적이 서울(6만 520ha)의 약 3배 정도로 꽤 넓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이메일 : chungsh10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