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강도 당위원회가 불법적인 외화 유통과 밀무역 등을 통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도당이 불법적인 외화 유통과 밀무역을 단속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며 “국경을 끼고 있는 양강도는 외화 유통이나 밀무역이 워낙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라 중앙의 감시를 수시로 받기 때문에 도당이 직접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은 지난달 20일부터 8월까지 3개월간을 집중 검열 기간로 정하고, 도 안전국 경제감찰과와 도 검찰소 검사들을 망라한 ‘추적 구루빠(그룹)’를 조직한 상태다.
이 구루빠의 검열 대상은 ▲비공식 환전소 운영자 및 돈데꼬(환전상)들 ▲담배·밀가루·설탕 등을 톤(t) 단위로 유통하는 도매업자들 ▲국가기관과 결탁해 차량을 반입하는 밀무역 조직 등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밀무역 조직 중 일부는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기도 하는데 이런 대상들이 핵심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검열원들은 정복이 아닌 사복 차림을 하고 신분을 숨긴 채 잠입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소식통은 “구루빠는 혜산시 중심가를 비롯해 삼지연시·김형직군·김정숙군 등의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생활밀착형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일반인처럼 접근해 불법 외환 거래나 밀무역에 연관된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캐내는 방식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은 마치 암행어사처럼 신분을 숨긴 채 허름한 평상복 차림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농마국숫집에서 소주 한 병 시켜 놓고 그곳에 온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환전상이나 도매상, 밀무역 조직들의 움직임 등을 살피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예전처럼 무작정 들이닥쳐 단속하는 방식은 낡은 방식”이라며 “이제는 추적 관찰을 통해 수상한 흐름을 파악한 뒤 실제 불법이 이뤄지는 현장을 급습해 단속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도당이 자체적으로 단속·검열에 나선 것은 도당 간부들과 결탁돼 있는 돈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에서 파견된 검열단이 불법적인 외환 거래나 밀무역을 단속하고 나서는 경우 자금줄이 되는 돈주들이 적발돼 문제시될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단속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도 안전국 관계자의 말이 이제는 도에서 알아서 ‘자기 집부터 청소한다’는 원칙”이라며 “중앙에서 개입하기 전에 주도적으로 정비해야 도내의 돈줄기를 중앙에 뺏기지 않고 정치 행정 기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