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손님 유치 경쟁 과열되면서 상인들 간 몸싸움까지

소식통 "경제적 어려움 계속되니 장사가 갈수록 더욱 거칠고 치열한 생존 경쟁이 돼"

2018년 11월에 촬영된 나진시장 내부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 장마당에서 손님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과열돼 상인들 간의 다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요즘 장마당에 나가보면 장사꾼들이 손님만 보면 우르르 달려들어 서로 자기 것을 팔려고 한다”면서 “그래서 물건을 사려고 왔던 손님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성시 곳곳 장마당들에서는 상인들 간의 다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이는 장마당을 찾는 손님보다 상인들의 수가 더 많고 한정된 손님을 선점해 물건을 판매하려는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심지어 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몇 년 동안 장사가 안 돼 고생한 탓인지 최근에는 다른 장사꾼의 고정(단골) 손님까지 가로채 간다”며 “고정 손님까지 빼앗겨 화가 난 장사꾼들이 손님을 빼앗아 간 장사꾼의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했다.

과거에는 상인들끼리 판매 경쟁은 하더라도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서 다른 상인의 매대에 있는 물건을 대신 팔아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상인들이 손님만 나타나면 서로 자기 물건을 팔겠다고 달려들어 싸우는 통에 되레 손님들이 뒷걸음질 치는 일들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5일 오후 5시를 넘은 시간 역전 장마당에서는 똑같이 신발을 판매하는 40대 상인 A씨와 50대 상인 B씨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A씨의 매대에 먼저 손님이 찾아와 그가 어떻게든 신발 한 켤레라도 팔려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B씨가 슬쩍 손님 옆으로 다가오더니 더 싸게 주겠다는 눈짓을 보냈다고 한다.

이를 본 A씨가 격분해 매대를 뛰어넘어 B씨의 머리채를 잡으면서 두 사람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주변에 있던 상인들이 말려 가까스로 진정됐지만, 결국 두 상인 모두 물건을 판매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장사에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만큼 장사꾼들은 물건 하나를 팔기 위해 그야말로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든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이 계속되니 장사가 갈수록 더욱 거칠고 치열한 생존 경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은 함경북도 청진시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장마당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장마당이란 곳은 원래 말싸움도 많고 도둑도 많고 여러 사람이 얽혀 복잡한 곳”이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장마당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 젊은 처녀들이 엄마 대신 나오거나 아예 새로 매대를 사서 장사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매대에 외모가 단정하고 젊은 처녀가 앉아 있으면 시선이 집중되는데 그런 처녀들이 엄마 또래 장사꾼들 사이에 앉아 있다 보니 손님들이 다 그쪽으로 몰린다”며 “여기에 장사 수완까지 좋아 나이가 좀 있는 장사꾼들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니 이제는 젊음까지 손님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이 소식통은 “요즘 모내기 동원 때문에 장사할 시간이 줄면서 물건을 팔기가 더욱 어려워져 싸움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사람들을 돌격대처럼 마구 부리지 말고 장사라도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