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된장·비누 찍어내는 게 김정은 지방발전 전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연탄군에 새로 지어진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요즘 노동신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기사는 바로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관련 소식이다. 지난 16일자 노동신문에는 <조선로동당의 숙원이 련이어 떠올리는 인민의 새 공장들>이라는 제목으로 황해북도 연탄군의 지방공장 준공식 소식을 전했다. 작년 12월 21일 김정은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성천군 준공식이 열린 이후 재령군, 숙천군, 은파군, 연탄군까지 준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20개 시군을 10년 동안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작년 2월부터 착공이 시작되었으니 최소한 이번 달 안에 준공식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준공식 소식과 함께 김정은의 애민주의와 관련한 선전선동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지난 2024년 2월 6일자 조선중앙방송 선전 영상을 보면, “이 정책은 원수님(김정은)만이 내릴 수 있는 대용단, 농촌진흥을 위한 로선과 별도로 지방공업 발전 정책은 당 80년사, 공화국의 75년사에 특이할 거대한 변혁”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특히, 올해는 당 창건 80년이 되는 해로 가시적인 성과를 부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방발전에 대한 선전은 더욱 노골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준공식 장면을 보면 특이한 것이 있다. 분명 이 정책은 “지역의 원료와 자재로 생산한 소비품들이 인민들의 호평을 받는 명상품, 명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지방 발전을 위해 그 지역에 특화된 산업, 예를 들면, 반도체, 관광, 조선, 바이오농업 등 최첨단 산업의 클러스트를 육성하는 방안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지금까지 준공식을 했다며 자랑하는 공장을 보면 5개 군 모두 동일한 품목들이다. 그것도 된장, 단물(음료), 빵, 과자, 비누 등 생필품 공급에 국한된다. 한 해 동안 야심 차게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해서 겨우 생산해 낸 것이 기초식품과 생필품이라니 아연실색하게 된다.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본 공장은 그야말로 한국의 가내수공업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시설과 설비다. 성천군 준공식장에서 생산 제품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컨베이어에 나오는 된장 용기 마개를 공장 종업원이 직접 손으로 닫으며 김정은에게 건네는 장면도 있다. 빵을 생산했다며 보여주는 장면에는 종업원들이 일일이 반죽을 해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양의 빵이 생산대 위에 놓여 있다. 한국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드는 빵보다 못한 수준이다.

이 정책이 애초부터 성공할 수 없는, 아니 성립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김화군의 시범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 데서부터 비롯된다. 김화군에서는 해초류로 비누를 생산하는데 이러한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공장을 다른 지역에도 확대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준공식을 가진 5개군의 생산품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은 이미 이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최첨단 AI와 로봇이 산업을 이끄는 시대에 겨우 생필품 공급을 위한 가내수공업 수준의 공장을 짓고 이를 선전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북한경제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지표와 통계를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북한경제의 열악한 수준은 물론 평양과 지방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준공식 선전 영상에서 주민이 제품을 둘러보며 “평양에서 온 것 아닌가?”라며 웃음 짓는 모습에서 그동안 평양과 지방의 격차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그나마 준공식 선전 영상이니까 샘플로 제품이 생산되지만, 앞으로 공장을 가동할 전기와 설비 그리고 원료공급은 더욱 큰 과제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력갱생, 자급자족, 원료의 국산화 등을 외치지만 대안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인민생활향상’을 외치며 김정은의 성과를 자랑하는 선전 영상을 보면 볼수록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얼마나 극에 달하는지를 알게 되어 마음이 착잡하다. 김정은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기괴한 북한 사회의 한 단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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