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중순 함흥약학대학의 한 교수가 마약 제조 및 유통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심지어 그가 학생들을 마약 판매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은 물론 현지 지역 사회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함흥약학대학 교수가 빙두(필로폰)를 제조하고 학생들까지 판매에 동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굉장히 놀라고 있다”며 “학생들을 불법적인 일에 동원한 교수에 대한 비난과 동시에 이런 상황을 만든 체제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약학대학의 김모 교수(가명, 50대, 남)는 지난해 12월 중순 함흥시 안전부 감찰과 소속 안전원들에 의해 대학 내에서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그의 혐의는 앞서 지난해 11월 원산에서 검거된 마약 유통 조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김 교수 개인의 비리로 여겨지지 않고 있으며, 다수의 교직원과 학생들까지 연루된 대형 사건으로 간주돼 현재 중앙검찰소가 대학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흥약학대학은 지방에 위치해 있지만 중앙대학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앙검찰소가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대학의 행정 업무는 사실상 중단됐고 당장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졸업생 중 일부가 교수의 부탁으로 심부름을 하다 엮인 것으로 보인다”며 “퇴학은 물론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아 학생들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 교수의 부탁을 받고 본의 아니게 사건에 휘말린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함흥에서는 장마당에서 배추를 파는 이들도 빙두를 제조하거나 판매해 대학 교수가 빙두를 만들어 판 게 놀랄 만큼 큰 사건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애꿎은 학생들까지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북한 사회에 마약 문제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교수가 돈벌이를 위해 마약 제조·유통에 뛰어들고, 직위를 이용해 학생들까지 불법적인 일에 동원한 것은 특히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검찰소는 이번 사건을 북한 내 마약 범죄를 근절할 계기점으로 삼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검열이 늘 그랬듯 몇 명의 희생양을 만들어 처벌하고 끝나는 형식적인 검열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여기서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몇 명을 본보기로 삼아 처벌하고 사건을 덮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앙검찰소의 검열이 마약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며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런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