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은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기술자문단’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러시아 군복을 착용했으며, 방문 목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흑해(Black Sea)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 본토와 마주 보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은 전쟁터가 됐고, 3개월만인 5월 러시아군에 의해 완전히 함락돼 현재에 이르렀다.
전쟁의 참상은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구글어스 및 미국 ESRI社가 공개한 위성사진(출처=World Imagery Wayback)을 참고해서 마리우폴 민간 및 산업시설에서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를 살펴봤다.

◆폐허가 된 산업시설(아조우스탈 제철소)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철강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항구도시 부산광역시와 제철소가 있는 경상북도 포항시를 같이 합친 성격의 도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산업시설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됐다. 폐허가 된 산업시설은 아조우스탈 제철소 건물이고, 지붕과 일대 곳곳에서 피폭 흔적이 식별된다.
전쟁이 발발하면 국가 기간산업시설은 일차적인 군사 표적이 된다. ‘산업의 쌀’을 생산한다는 우크라이나 제철소 시설이 전쟁으로 산산이 부서졌고, 러시아의 실효 지배하에 복구되지 못하고 여전히 방치돼 있다.
◆사라진 대형 쇼핑몰

평소 주민들로 붐비던 마리우폴의 대형 쇼핑몰도 전쟁의 참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2022년 봄 러시아군 폭격으로 건물 지붕이 날아가고 철골 구조물의 흔적만 일부 남아서 폐허의 황량함을 실감케 한다. 위성사진 중앙에서 잔해더미 위에 쓰러진 입간판이 보인다. 첨부된 사진(전쟁 전)에 식별되는 ‘EPICENTR A’라고 쓰인 간판 글자가 이곳이 본래 대형 쇼핑몰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폐허가 된 쇼핑몰의 부서진 잔해 속에서 상품과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넓은 주차장도 텅 비어 있고, 전쟁 와중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폭격과 시가전으로 부서진 주택가

이웃과 주민들이 함께 모여 살던 마리우폴 주택가도 전쟁의 참혹함을 비껴가지 못했다. 폭격을 맞은 집들이 형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산산이 부서진 것이 곳곳에서 식별된다. 러시아군 공격을 받고 점령된 도시의 본래 주민들은 모두 떠나간 것으로 보이고, 당시 치열했던 시가전 흔적들만 남아서 황량함과 쓸쓸함을 더해준다. 애들이 뛰어놀았을 평화의 숲속 공원과 주택단지가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령마을’로 변하고 말았다.
◆북한에는 달갑지 않을 종전 추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내년 1월 20일 취임 전에라도 조속히 끝낼 수 있다고 공공연히 호언장담해 왔다. 이것이 새로운 변수이자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2기 신정부의 종전 추진에 대비해서 러시아는 최근 전쟁을 바짝 서두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해 놓으려고 박차를 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호언한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만간 종식된다면, 북한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참전 초기 단계라서 북한이 파병보상액을 꿈꾸던 대로 받지 못한 상태이다. 북한 정권이 재미 좀 보려는데 트럼프가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전쟁을 오래 끌고 북한군 희생자가 많이 나올수록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받을 대가 및 보상 액수가 크게 불어나면서 조선노동당 39호실 금고가 두둑해지게 된다. 태영호 전 런던 북한대사관 공사가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39호실은 김씨 왕조의 비자금을 전담 관리하는 조선노동당 외화벌이 기관이다. 돈 되는 일이라면 마약, 위조지폐, 무기 밀매, 국제보험사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혈안이 돼서 무슨 짓이든 다하는 것으로 악명을 떨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외화벌이 전문부서이다.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북한 밀월관계도 상황이 달라지면서 열기가 엷게 식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구식의 질 낮은 북한 군사 무기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북한군 정예 ‘폭풍군단’도 평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후 북한은 코앞에 있는 중국이라는 상전이 몹시 불편한 심기와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질책하듯 노려보는 모습을 직면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호언대로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것인지, 그리고 이후 전개될 북-러 및 북-중 관계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또한, 북한 젊은 지도자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그 판단과 지도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 지도자가 시험대에 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