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매법 입수…수매사업 체계화하고 주민 참여 의무화

"자발적 참여를 가장한 강제 동원의 형태"…수매계획 미이행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명시

북한 수매법.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지난 2022년 제정한 수매법 전문을 본지가 입수했다. 이 법은 수매 사업 전반을 체계화하고 관리·감독하며, 민사적·행정적 처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수매의 형태와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고 다양한 수매 방식을 허용함으로써 국가 주도의 경제 계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수매법 제3조는 수매를 ‘계획수매’와 ‘자유수매’로 나눈다. 계획수매는 국가계획기관의 설정에 따라 실행되며, 자유수매는 수매자와 수매기업소 간 자율적 계약에 기반한다. 제4조와 제6조는 수매자가 자원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하며, 수매 당사자 간의 이익 결합과 자발성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제12조는 자유수매 계약의 체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자유수매에서는 수매자와 수매기업소가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특히 협동단체가 수매자일 경우, 서면 계약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구두 계약도 허용된다.

같은 법 제27조는 수매가격의 결정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계획수매의 경우, 국가가격기관이 수매가격을 정하며, 자유수매에서는 수매자와 수매기업소 간 합의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국가가격기관은 이 과정에서 수매사업에 참여하는 단체와 개인이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황현욱 데일리NK AND센터 책임연구원은 “이 법은 계획수매와 자유수매를 병행해 중앙의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화된 경제활동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특징을 가진다”면서도 “법에 자유수매라는 표현이 사용되지만, 이는 계획된 체계 안에서의 제한적 자유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수매계획과 수매가격 결정 권한을 중앙기관에 집중시키고, 전문 수매기업소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모든 수매활동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수매가격과 조건이 여전히 국가의 관리 아래 있으며, 실제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될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매법에는 수매사업을 전국민적 동원 체계로 조직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주민들을 단순한 자원 제공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원 발굴과 동원의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수매법 제4조는 “수매사업을 전군중적 운동으로 벌려 생산에 필요한 원료, 자재 원천을 적극 찾아내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일관한 정책”이라고 명시하면서 주민 동원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법 제21조는 “지방 인민위원회와 해당 기관, 기업소, 단체는 모든 공민이 수매사업에 동원돼 수매 원천을 집중 수집할 수 있도록 수매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책임연구원은 “수매 활동을 전군중적 운동으로 규정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의무화하여 전국적으로 자원과 노동력을 동원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며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가장한 강제 동원의 형태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북한은 수매법 제37조부터 제42조까지 수매계획을 이행하지 않거나 지연시킨 경우 받을 수 있는 벌금, 몰수, 경고, 무보수노동 등의 처벌을 규정해 놓기도 했다. 이는 수매사업의 질서와 안정성을 유지하고, 철저한 계획 이행을 보장하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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