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청년동맹이 국가가 정해둔 규정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머리모양을 하고 다니는 청년들을 비판하는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4일 “국가가 남성 10가지, 여성 18가지의 머리 형태를 정해뒀는데, 일부 청년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비사회주의적인 머리 형태를 하고 다니고 있다”며 “이에 청진시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이 지난달 말 문제의 청년들을 비판하는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청진시 청년동맹은 앞서 ‘국가가 정해둔 머리 형태가 아닌 이상한 머리 형태를 하고 다니는 청년들을 엄격히 단속하라’는 중앙 청년동맹의 지시에 따라 규찰대를 동원해 주요 거리와 대학가들에서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가가 정해둔 머리모양 규정보다 더 긴 머리를 하고 다니거나 혹은 너무 짧게 깎아 이색적으로 보이는 청년들, 구불구불하게 파마한 청년들이 문제시됐다.
그중 일부는 권력 있고 힘 있는 부모를 둬 단속을 빠져나갔지만, 그렇게 해도 단속된 청년의 수가 상당히 많았고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청진시 청년동맹은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시안의 모든 단위, 대학교의 청년동맹 위원장들을 모아 놓고 비공개 사상투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는 규율 준수와 집단적 통제, 사상적 지도를 강화하기 위한 문제가 안건으로 올랐으며, 청년 개개인의 자유주의 요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회의에서는 문제시된 청년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들에게 도덕 생활이 낙후하다는 딱지를 붙였고, 단속 당시 가책을 느끼지 않고 불평하거나 반항한 대학생 2명에 대해 퇴학 조치할 것이라는 통보도 있었다.
소식통은 “퇴학 조치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청진시 청년들은 ‘정치적으로 발언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머리 형태로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면서 ‘하찮은 것에까지 국가의 통제가 미치니 숨을 쉬고 살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고 전했다.
머리에 물을 들인 것도 아니고 머리모양이 규정보다 조금 달라진 것뿐인데 강하게 문제 삼고 비판한 것도 모자라 퇴학 조치까지 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청년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심지어 어떤 청년들과 부모들은 ‘이러니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탈북하고 싶어한다’, ‘잡히지만 않는다면 도망가서 사는 게 훨씬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