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공품 단가 올리라” 압박에 외화벌이 기지들 진퇴양난

이미 한 계약 무시하고 무작정 단가 높여 받으라며 작업까지 못하게 해…신뢰 관계 잃을까 우려

북한에서 생산돼 중국에 수출되는 매듭 팔찌. /사진=데일리NK

중국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원자재를 들여와 수공업품을 제작·수출하는 평안북도 신의주 소재 외화벌이 기지들이 가공 단가를 인상하라는 상부의 일방적인 지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뜨개질, 손목고리(팔찌), 열쇠고리 장신구(키링) 등 임가공품 단가가 10위안도 되지 않는 품목을 취급하는 외화벌이 기지들이 상부(무역회사)로부터 단가를 인상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상부에서 단가가 낮은 품목들은 작업도 못하게 하고 있어 난감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화벌이 기지들은 이미 중국 측과 단가에 대해서도 협의를 끝내고 완제품을 보낼 날짜도 정해놨는데, 상부에서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작업 진행을 막는 통에 중국 측과의 계약 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의 한 외화벌이 기지는 지난 8월 팔찌 20만 개를 제작할 수 있는 자재를 들여와 30일 후 완제품을 보내기로 중국 측과 계약했으나 아직도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팔찌 1개당 0.03위안의 가공비로 작업할 예정이었다”며 “노동자 1명이 하루 100개 정도는 만들 수 있고 숙련되면 하루 3~4위안 정도 벌이를 할 수 있는 일감이었던 것인데, 상부에서 단가가 너무 낮다며 하루 15위안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 일감만 하라며 작업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부에서는 단가를 높이라고 요구하면서 이것이 중앙(내각 대외경제성)의 지시이며, 국가의 외화 수익을 확대하고 대외 무역에 있어 주체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며 “외화벌이 기지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앓는 소리를 하자 상부에서는 되레 ‘이미 자재를 들여온 상태에서 보내주지 않으면 저들(중국 측)이 어쩌겠냐. 끌려다니지 말고 주도적으로 사업하라’며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외화벌이 기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된 기한을 어기면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일로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신뢰 관계까지 잃으면 앞으로 일감을 얻기가 더 어려워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외화벌이 기지 일꾼들은 “단가가 낮은 싸구려 일감이라도 들여와야 국가계획분을 할 수 있는데 우(위)에서는 계획분을 꼬박꼬박 챙겨가면서 실무를 하는 아래 단위의 고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실은 전혀 모르고 탁상공론만 하며 단가를 인상하라는 지시만 하고 있다”는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미 계약이 성사됐고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중국 대방(무역업자)이 계속 일감을 주겠느냐”며 “그래서 상부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외화벌이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