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풍선 도발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10여 차례 오물풍선이라는 저열한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세 차례에 걸친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 이번 도발이 북한 군부와 김여정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김여정의 담화를 분석하면서 7월 24일, 25일경 북한이 오물풍선을 띄울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은 지난 24일 오물풍선을 띄웠다. 우리 군 당국은 500여 개의 오물풍선을 관측했고, 이 중 일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떨어졌다. 필자가 정확히 날짜를 예측할 수 있었던 건 풍향 예보 때문으로, 바람의 방향을 알면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일이다. 북한에서 오물풍선을 보내려면 당연히 북서풍이 불어야 한다. 이는 오물풍선이 추진동력장치가 아니라 순전히 바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오물풍선이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회의사당에 일부 떨어지면서 북한이 의도한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필자는 북한의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우리 언론이 북한 오물풍선의 낙하지점을 북한에 알려준 꼴이 되어 버렸다. 북한이 만약 이러한 부분을 의도했다면 GPS 장치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해야 했다.
오히려 이번 오물풍선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바로 내용물의 변화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는 이유는 남한의 대북단체가 북한에 보내는 대북전단 활동을 ‘쓰레기 짓’으로 보고, 이에 대응해 자신들도 쓰레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얼마나 기분 더러운 일인지를 직접 해보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실제로 북한의 오물풍선을 보면 폐종이와 담배꽁초, 옷감 등 쓰레기 등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번에 띄운 오물풍선의 내용물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보인다. ‘밀즉석국수’, ‘강냉이단설기’ 등 대량의 동일한 상품 포장재를 넣은 것이다. 필자는 지난 4년간 서해안과 동해안 해안가에서 북한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를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수거한 쓰레기만 5000여 점이 넘는다.
그런데 이번 오물풍선에 담겨온 제품은 지난 4년간 수거한 포장재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은 남한 제품 디자인을 카피하는 경우가 많다. 즉석국수 포장지도 한국의 특정 라면 디자인과 똑같이 카피하여 ‘라면’과 ‘즉석국수’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디자인만 보면 거의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이번 오물풍선 내용물에 담긴 ‘밀즉석국수’는 최근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 바코드나 QR코드가 없고, 국규(국가규격)도 2004로 표기되어 이전에 생산한 제품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포장재를 넣었을까? 무엇보다 지금까지 북한 오물풍선은 대부분 공중에서 터지지 않고 지상에서 풍선 그대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물풍선 안에 기폭장치가 들어 있는데, 만약 이러한 상품 포장재를 담은 오물풍선이 공중에서 터질 경우 그 잔해는 당연히 광범위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오물풍선이 떨어지면 시민들의 신고로 군에서 생화학 물질 검사를 하고 수거하는 방식이다. 이는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것은 지상에서 풍선이 터져 잔해가 넓게 흩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내용물 중 북한의 정보가 표기된 것이 공중에서 터진다면 그 잔해물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단 한 장만 발견해도 시민들은 신고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삐라 한 장이 아니라, 생화학물질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신고를 받은 군경은 반드시 현장에 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며 우리의 행정시스템 마비까지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오물풍선이 공항에 접근해도 항공기 이착륙이 통제되는데, 다수의 내용물이 공중에서 흩어진다면 수거하기까지 많은 인력이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북한 김여정의 저열한 오물풍선 도발은 이러한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목적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그 양을 늘리고 기폭장치를 더 추가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북서풍이 부는 날이 많지 않다는 점은 향후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이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북한의 오물풍선은 휴전선 바로 인근에서 보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풍향이 바뀌는 때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군 당국은 철저히 대비하되, 좀 더 공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오물풍선 도발에 대응하는 가장 적합한 전략적 대응이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제고하고 그들 스스로 북한 체제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외부정보 유입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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