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이 귀국길에 오른 북한 노동자들의 짐 검사를 매우 까다롭게 하면서 일정량 이상의 현금을 들고 출국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최근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들고 가는 소지품과 짐에 대한 통관 절차를 상당히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짐에 대량의 현금이 들어 있을 경우 이를 압수하는 강력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 세관은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들고 들어가는 짐 검사를 그리 까다롭게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대표들은 대북제재에 해당해 세관에서 통과하기가 어려운 민감한 물품들을 귀국하는 노동자들의 짐에 넣어 북한으로 반입시키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中서 귀국하는 北 노동자들 짐에 대북제재 품목이 가득?)
하지만 지금은 중국 세관이 노동자들의 짐 검사도 철저하게 하고 있어 노동자들도 고가의 옷이나 가방,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포함한 대북제재 물품을 들고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중국 세관은 노동자들이 가지고 나가는 현금에 대해서도 꼼꼼히 검사하는데, 반출 가능한 현금의 한도를 2000위안(한화 약 38만원)으로 정해주고 그 이상으로는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은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서둘러 물건을 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임금을 귀국 후 본국에서 지급받기 때문에 평소 현금을 많이 소지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부 노동자들은 생활비 명목으로 회사로부터 매달 받는 소량의 현금을 차곡차곡 모아 목돈을 마련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중국의 현금 반출 제한이 그야말로 ‘날벼락’인 셈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중국 쇼핑몰에서 옷이나 신발, 화장품, 중국산 밥솥 등을 구매하며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물건으로 바꾸고 있다. 한때 해외에 나온 북한 주민들이 한국산 밥솥을 들고 귀국하는 게 유행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 당국의 단속이 극심해 한국산 제품을 사 들고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북한 노동자들이 쇼핑을 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쇼핑을 끝내야 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기도 힘든 상황이라 중국 세관의 조치에 불만을 갖는 노동자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경우 공장별 10명 이내의 인원이 한두 달에 한 번씩 귀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코로나로 중단됐던 북중 간 여객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뒤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일하기 어려운 노동자들 위주로 송환이 이뤄졌고, 최근에도 건강이 좋지 않거나 중국에 체류한 기간이 오래된 노동자들 순으로 소규모 인원씩 귀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정신 건강 문제 있던 노동자 등 500여 명 열차·버스로 송환)
북한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귀국하면 이들을 채용하고 있는 중국 공장의 손실도 크기 때문에 중국 측도 북한 노동자의 대규모 귀국을 바라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노동자를 귀국시키기만 하면 북한도 외화를 못 벌고 중국 공장들도 다 망한다”며 “양쪽 모두에 실익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를 귀국시키는 만큼 새로운 노동자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