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북도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에서 폐기물 침전지 배수로를 뚫는 공사상황이 포착됐다. 최근 촬영된 맥사(Maxar) 고해상 위성사진에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평산 우라늄공장 침전지에서 폐기물을 외부로 배출하려는 배수로 공사상황이 식별된 것이다. 배수로가 소하천과 연결되고, 우라늄 찌꺼기 침전물이 예성강으로 무단 배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예성강은 남으로 흘러서 한강 하구와 만나고, 강화만과 경기만을 지나 서해로 빠져나간다.
평산 우라늄공장은 우라늄 광석을 정련 및 제련하여 핵물질 원료인 우라늄정광(Yellow Cake)을 생산하는 곳이며, 2019년 하노이 미북 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5대 북핵 시설의 하나로 지목하고 폐기할 것을 요구했던 주요 전략시설이다. 당시 예상치 못한 요구에 허를 찔리고 크게 당황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퇴장하면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
이곳 배수로 공사는 미국의 위성 민간전문가인 Jacob Bogle이 2023년 1월 5일 자신의 웹사이트(AccessDPRK)에서 평산 우라늄공장 침전지 인근 굴착 공사를 공개하면서 처음 포착됐다. 그러다 이번 맥사 위성사진에서 배수로 공사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독극성 핵물질이 배수로를 통해 예성강으로 흘러나간다면 한강 하구 및 서해까지 오염될 수 있는 우려의 상황인 것이다.
◆평산 우라늄공장 침전지 배수로 공사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에서는 우라늄정광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폐기물 찌꺼기를 파이프라인을 거쳐서 예성강 건너 저수지로 보내 침전 및 퇴적시킨다. 이곳 저수지에 폐기물이 오랜 기간 쌓이면서 이제는 침전지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침전지 우측으로 지하터널과 배수로를 뚫는 공사가 최근 위성사진에서 포착됐다.
지난 5월 29일 촬영한 월드뷰-3 위성사진(해상도 30cm)에 따르면, 침전지 우측으로 지하터널을 포함하여 280m 길이 배수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이 파악됐다. 배수로는 소하천(길이 1920m)과 연결되고, 침전지에서 폐기물이 배출된다면 총 2.2km를 소하천을 따라 흘러서 예성강과 만나게 된다. 결국 독극성 물질이 강하천에 무단 방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침전지 터널 및 배수로 소하천 연결공사
폐기물 침전지 우측에 작은 둔덕이 있어서 밑으로 지하터널을 뚫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터널 길이는 120m 정도 되고, 둔덕 너머에서부터는 배수로를 파서 소하천과 연결하고 있다. 소하천은 평소 물이 흐르지 않다가 비가 와서 유수량이 늘면 흐르는 작은 실개천이다. 이곳에서 침전물을 흘려보내면 1.9km를 흘러서 결국 예성강과 합류하게 된다. 이곳 배수로 굴착 공사는 맥사 고해상 위성사진에서 확인한 결과, 2022년 이른 봄인 3월경에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5월 2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배수로가 물기를 머금고 젖어 있는 것으로 식별된다. 침전지에서 폐기물 일부 시범 방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연결공사는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평산 우라늄 광산 노동자들의 원인 모를 질병
데일리NK 2022년 1월 21일자 기사에 따르면,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일하는 원자력총국 군인과 노동자들은 해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사망하고 아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라늄 광산 근처 주민들은 긴 시간 방사능에 노출돼 암이나 백혈병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때때로 기형아를 출산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언론 문제 제기와 당시 한국 통일부 발표
수년 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물론 38노스 등 외신에서는 평산 우라늄공장 폐기물 예성강 누수로 인해 한강 하구 및 서해가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하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국내외에서 심각성과 우려의 여론이 비등해지자, 한국 통일부에서는 한강 및 서해에서 수질 검사를 위해 샘플을 채취해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를 공개 발표하기에 이른다. 당시 2019년 10월 21일 통일부에서는 “한강 및 서해 샘플에 특이사항은 없고,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에는 고방사능 오염물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문제없는 것으로 발표했다.
일부 원자력전문가의 날카로운 지적과 반론도 있었지만, 필자는 지난 정부 우리 통일부의 당시 발표를 신뢰한다. 다만 그때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최근 평산 침전지 배수로 공사와 관련, 독극성 물질 예성강 무단 방류 가능성에 대해서 세심한 주의와 관심은 물론이고 공사상황에 대해서도 주시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