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냐 개인이냐 선택하라”…평산 우라늄광산 이주사업 전말

[북한 비화] 2019년 1월 발생 갱 붕락사고 계기로 이주사업 진행…터전서 쫓겨난 주민들

북한 황해북도 평산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공장이 지난 8개월 간 지속적으로 가동돼온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021년 3월 26일 북한 전문 웹 사이트 ‘비욘드 패럴렐’에 분석 내용을 게재했다. /사진=비욘드 패럴렐 홈페이지 캡처

2019년 초 북한은 황해북도 평산 광산 주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을 진행했다. 그 발단은 앞서 그해 1월 중순 평산의 우라늄 광산에서 원자력총국 소속 군인 10여 명이 갱 붕락으로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

평산에는 원자력총국이 운영하는 대규모 우라늄 광산이 여러 개 있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핵 개발을 지속해 온 결과, 현지 군인과 노동자들 대부분은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은 노출된 시간에 따라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결정된다. 특히 우라늄 광산 광부나 근처 주민들은 긴 시간 동안 방사능에 노출되기 때문에 암, 백혈병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때때로 기형아를 출산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월 일어난 붕락 사고로 민심이 들끓자 중앙당은 사고 이후 상황을 수습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조직지도부 일꾼들을 평산 광산에 내려보냈다. 그 과정에서 조직지도부는 현지 주민들의 사상 이반 상태와 더불어 비생산자가 더 많은 주민 구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원자력총국 소속 군인들은 당의 직속 부대라는 자부심으로 충분한 특권을 누리며 타 부대 군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지만, 실상은 충성심과 사기가 저하돼 있었다. 이들은 방사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에도 죽음의 작업을 지속해야 하는 데 대한 두려움과 불만이 있었다.

또한 조직지도부는 당이 중시하는 1급 기업소에서 일한다는 자긍심보다는 배급 하나에 매달려 마지못해 일해온 노동자들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애국심과 사명감은 잊은 지 오래고 ‘이곳에서 일해 수명이 짧아진다’는 등 사상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발언들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게 조직지도부가 파악한 실정이었다.

이에 조직지도부는 국가 핵 무력 강화의 핵심인 우라늄 생산의 거점, 평산 광산의 주민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이를 근거로 북한은 그해 3월 군수산업 특수지역이라는 평산 광산의 명성에 맞지 않는 장애인, 노약자, 비생산자, 경노동 대상들을 전부 이주시키고 대신 이곳에 수많은 제대군인을 배치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실제 원자력총국은 평산 주둔 부대 정치부를 통해 영예군인(상이군인)과 가족들, 퇴역 군관들을 가족과 함께 다른 지방으로 이주시키는 설득 및 실행 작업을 한 달간 진행했다.

광산 기업소 당위원회도 현지 안전부와 함께 광산 마을과 그 일대 거주자들에 대한 신원 파악을 면밀히 진행하고 장애인, 노약자, 비생산자, 경로동 대상, 사회보장자들을 전부 추출해 황해북도의 다른 군 또는 평안남도로 이주시켰다.

광산 주변에서 방사능 노출로 장애를 갖게 된 노동자나 생산능력이 없는 고령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국가 군수산업의 요충지이자 특수지역인 평산 광산의 이미지를 흐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이주 사업을 맡은 연관 부서와 각급 당위원회에서는 주민들에게 ‘국가냐 개인이냐 선택하라’면서 국가의 이주 결정에 맞서는 대상들에게는 가차 없이 법적 처벌을 가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렇게 많은 평산 광산의 주민들이 터전에서 쫓겨나 낯선 지방으로 이주해갔다.

한편 지금도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일하는 원자력총국 군인과 노동자들은 해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사망하고 아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는 살림집 난방 시 우라늄 채광을 끝낸 폐광석을 온석(구들에 쓰이는 돌)에 이용하곤 하는데 폐광석에 열을 가하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다 알지만 타지에서 온석을 들여오기가 어려워 이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