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9일 밤 김여정은 오물 풍선과 관련하여 두 번째 담화를 쏟아냈다.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한다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엄중히 대응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탈북민 단체 역시 대북 전단 활동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여정이 말하는 새로운 대응은 무엇일까? 예상할 수 있는 건 북한이 대북 확성기를 조준 사격하거나 탈북민 단체가 주로 활동하는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도발 등이다.
그런데 현재 오물 풍선 도발 대응은 북한 주민들을 위한 내부 상황이나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결코 실익이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북한 주민들을 깨우고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북한 내 외부 정보 유입과 확산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북한 내 정보 투입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북 정보 유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이다.
외부 정보 유입은 북한에 ‘트로이의 목마’를 보내는 것에 비유된다. 진정 북한 주민들을 위한 대북 정보 유입이라면 현재 대북 풍선을 띄우는 단체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언론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특정한 날짜와 시간은 물론 장소까지 언론사에 알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탈북민 단체가 자신들의 활동을 언론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언론은 ‘북한의 대응이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식의 선동형 기사를 이어간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탈북민 단체가 공표한 시각에 맞추어 경계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해안가나 낙하 예상 지점 등에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한다면 주민들은 정보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탈북민 단체가 왜 굳이 대북 풍선을 띄우는 날을 언론에 공개하는지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페트병에 쌀을 넣어 보내는 단체는 SNS에 현수막을 내걸고 활동 영상까지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이 북한에 군사적 도발의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반시대적이며 저열한 오물 풍선이나 보내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어쩌면 우리 사회에 분열을 획책하려는 또 다른 목적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번 오물 풍선 도발은 분명 북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우리는 민간에서 인도적 목적으로 쌀, 의류, 의약품, 달러, USB 등을 보냈지만, 북한은 김여정으로 대변되는 당과 군부의 주도로 이른바 오물을 넣은 풍선으로 군사적 도발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국제법을 위반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우리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탈북민 단체로 책임을 전가한다. 분명 북한이 의도한 남남갈등의 전형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김여정과 북한의 눈치를 보며 대북 전단 활동을 중단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투입 날짜를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풍선을 보낸다고 예고하면, 이에 대해 당연히 북한은 대응할 것이고 앞으로 더 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만에 하나 우리 민간인이나 군인들의 피해가 생겼다면 그다음 시나리오는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세력들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탈북민 단체의 활동 때문이라며 공세를 높여갈 것이다. 우리 사회는 더욱 둘로 쪼개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지속하던 대북 정보 유입 정책이 동력을 상실하고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외부 정보 유입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북 전단 활동을 하는 탈북민 단체에 다시 한번 간절히 부탁드린다. 제발 대북 풍선을 띄우는 날, 서해안에서 페트병을 보내는 날을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북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깨우기 위한 사명감으로 일하면서 밥벌이로 삼는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금은 어떻게 하면 북한에 효율적으로 보낼까를 함께 고민하며 행동할 때이다.
김정은에게 대북 정보 유입은 치명타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만큼 이 활동이 중요하며 의미가 있다. 대북 풍선 단체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단체나 기관에서도 후원금을 명목으로 언론공개를 조건으로 내걸어서는 안 된다. 일명 생색내기식 후원은 이 사업의 의미를 퇴색하게 할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북녘 주민들을 깨우기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 그리고 그들을 향한 간절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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