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해남도의 해주기초식품공장이 생산한 식료품을 등급별 나눠 질 좋은 제품을 간부용으로 공급했다가 신소가 제기돼 검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은 “해주기초식품공장은 식료품 생산에서 일부러 등급별로 생산을 하고 주민들 몰래 시(市) 안의 간부들에게만 1등급을 공급했다가 한 전쟁(참전) 노병의 눈에 띄게 되면서 신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해주기초식품공장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생산하는데, 이를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 생산한 뒤 지난달 말 해주시의 주요 간부들에게는 1·2등급의 제품을 공급하고 가장 질이 낮은 3등급 제품은 노병들에게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장은 북한에서 ‘롱구방’이라 부르는 승합차에 질 좋은 제품들을 실어 주요 간부들 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생산한 식료품을 공급했다고 한다.
더욱이 공장은 주요 국가 명절에 주민 공급용 제품을 소량 생산할 뿐 평소 일반 주민들을 위한 상품은 생산하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공장의 이러한 행위가 알려진 것은 해주시에 거주하는 한 노병의 신고 때문이었다.
이 노병은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사는 한 간부 집에 해주기초식품공장에서 생산된 된장이 공급됐고, 자신에게 공급된 것과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이 받은 된장은 제품 표면에 메주콩으로 만든 된장이라고 쓰여있었지만 다른 물질과 혼합돼 희멀겋고 옥수수 알이 섞인 된장이었다.
반면 간부들은 이와 달리 순 메주콩으로 만든 된장을 공급받았고, 이를 알아챈 노병은 즉시 황해남도 당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고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노병은 직접 도당 신소과를 찾아가 “당에서는 혁명의 선대인 노병들을 잘 보살펴주라고 하는데 해주시는 등급을 나눠 좋은 것은 간부들에게 주고 된장인지 멀건 죽인지 모를 제품을 몇 명 되지도 않는 노병들에게 공급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으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도당은 곧바로 공장을 통해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파악하고 나섰으며, 공장의 책임 일꾼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했다.
그런가 하면 도당은 도 안전국 경제감찰과에 해주기초식품공장에 대한 검열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도 안전국 경제감찰과는 공장 책임 일꾼들을 소환해 수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생산 원료와 원료의 조달 과정뿐만 아니라 이렇게 등급별로 나눠 생산·공급한 문제 행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돼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소식통은 “현재 초기 수사 단계임에도 벌써 여러 명의 공장 일꾼들이 예심을 받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도당 역시 이번에 문제가 된 일꾼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간부사업(인사) 방침을 내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