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로 맞대응에 나섰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당국에 의해 외부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무엇보다 최전방 접경 지역 주민들은 직접적으로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주요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한 당국은 접경 지역 군인들과 주민들을 강하게 통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 및 계급교양을 강화하는 동시에 군인들에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남북 군사분계선 일대 긴장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데일리NK는 북한 강원도 최전방 접경 지역에서 군사복무 중인 20대 남성 군인과 그곳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주민과 접촉해 현지의 분위기를 물었다. 이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당국의 단속·통제·감시 강화에 불안해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다음은 북한 최전방 접경 지역 군민(軍民)과의 일문일답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군인: 지난 9일 저녁 취침 전 긴급 강연이 진행됐다. 상부에서는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매우 가장된 적대적이며 우리 군인들을 와해시키기 위한 거짓 선전’이라고 교양했다. 그리고 이후로 매일 계급교양 시간을 10분씩 늘렸다. 그리고 ‘준비된 군인의 귀에는 적들의 방송 내용이 들릴 수 없다. 적 방송을 듣지 말고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지금 안에서는 상부 지침을 엄격히 따르는지 서로 감시하는 분위기다.
주민: 지난 9일 저녁 인민반별로 ‘적들의 방송 내용은 왜곡된 정보다. 방송 내용에 대한 이야기조차 나누지 말라. 유언비어 유포자는 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보위부와 동사무소의 협동 포치가 내려왔다.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 “한동안 못 들었던 한국 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냐”며 수군댔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어떻게 대응하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있었나?
군인: 전투 근무를 강화하고 적지물자 관리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최전연(최전방) 부대 군인들에게는 전쟁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전투 근무를 수행하라는 명령도 내려왔다. 또 외출 금지, 부대 지휘관 퇴근 일시 금지, 외부 인원 부대 출입 금지 지시도 내려왔다.
주민: 비상용품 검열, 비상소집, 대피 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유언비어를 만들어 유포하는 자들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보위부 지시도 함께 받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일상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군인: 전투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훈련과 부대 규율이 더 강화된다. 귀를 닫고 근무 생활에 충실하라는 지시로 압박도 커진다. 외출, 퇴근, 외부인 출입 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지니 다들 이런 상태가 빨리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주민: 비상소집 훈련과 대피 훈련이 주 2회 또는 불시에 진행된다. 비상미 검열로 인해 저마다 장마당에서 쌀을 사서 검열을 받아야 하니 쌀값이 비싸지고 발언 내용이 제한되니 가족과 이웃 간의 마실(수다)도 줄어든다. 그러니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부 반응은 어떤가?
군인: 군인들 사이에서는 더 큰 일이 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무기 전투기술 기재 관리 취급도 한층 강화됐다.
주민: 북남(남북) 관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긴장 고조로) 호상(상호) 감시가 강화되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해 주민들이 피곤해하고 있다.
-남북문제에서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군인: 군사적 대치와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전연 젊은 군인들은 한국의 확성기 방송으로 외부 세상을 접할 수 있어 좋지만, 이것이 국가의 강한 통제로 돌아오니 힘든 게 사실이다. 동족 살육의 전쟁을 피하고 싶고 군사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주민: 말(언어)이 통하는 한 민족인데 말로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와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겠나. 강원도에서 태어나 최전연 지역에 사는 게 한스럽다. 정세가 긴장할 때마다 군인들 못지않게 우리(주민)도 힘들다. 장마당도 열지 않고 훈련을 시킨다.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여기(북한) 강원도 사람들과 한국 강원도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