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경원군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쓰러진 노부부가 마약으로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문이 퍼져 연탄가스 중독 사고에 대비해 마약을 구비해두려는 주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경원군에서는 한 노부부가 연탄을 피우고 잠을 잤다가 다음 날 아침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북한 주민들은 겨울철 난방을 위해 나무 땔감이나 석탄, 특히 석탄 가루로 만든 구멍탄을 주로 사용한다. 이에 겨울이면 석탄을 땔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로 인해 의식을 잃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원군의 노부부가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이미 ‘탄내’(연탄가스) 중독으로 실려 온 주민들이 여러 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시 병원에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치료받기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이 부부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치료 대상으로 다뤄져 일명 ‘산소가마’라고 불리는 산소캡슐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부부의 자식들, 친척들이 당 및 권력기관 간부들이어서 일종의 특혜를 받은 것인데, 이 때문에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환자들에게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환자의 가족들은 ‘간부 가족만 사람이어서 대우하고 우리처럼 힘없고 돈 없는 백성들은 사람이 아니어서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는 거냐’며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전력 사정 때문에 산소캡슐 작동이 계속 멈춰 이들 노부부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의식을 차리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의사가 가족들에게 ‘탄내로 의식을 잃었을 때는 빙두(필로폰)를 조금 흡입시키면 깨어날 확률이 높다’고 귀띔했고, 이에 가족들은 급히 사람을 보내 회령에 있는 중국 화교로부터 3g의 마약을 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노부부에게 마약을 흡입시켰더니 의식을 회복했고, 이후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이 ‘마약범죄방지법’을 제정하고 마약류 불법 채취·제조·유통 등을 단속하고 있지만, 노부부와 친분이 있는 군 검찰소 간부는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와 ‘빙두 3g 정도는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소지·거래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검찰 간부조차 이런 말을 할 만큼 여전히 북한 내에서는 마약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경원군은 물론 인근 청진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연탄가스 중독에 대비해 마약을 구비해두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새 탄내 사고가 너무 많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탄내에는 빙두가 필요하다며 단 1g이라도 마련하려고 급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