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두만강역과 나진항에서 심야 불빛 포착

인공위성 중에 지구를 돌면서 야간에 지구상의 빛을 촬영하는 것이 있다. 이 위성 자료는 우리말로 간단히 야간 ‘조도영상’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NASA(항공우주국)와 NOAA(해양대기청)가 공동 운영하는 JPSS(Joint Polar-orbiting Satellite System) 위성이 촬영한 VIIRS(Visible and Infrared Imaging Suite) 영상 자료가 있다. 해상도는 보통 460m 정도 되며, 심야인 새벽 1시 30분에 촬영된다. 이 자료를 이용하여 북한 지역을 살펴보았다. VIIRS 영상은 https://egodata.mines.edu/products/vnl/내려받을 수 있고, 전 세계를 촬영하여 일 단위로 제공되며, 누구나 받아쓸 수 있는 일반 공개자료이다.

야간 조도 영상으로 살펴본 바, 최근 북한 야경에서 특이하게도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은 물론 나진항에서 한밤중에 희미한 불빛이 포착되었다. 한겨울 심야 시간에 북-러 간 열차와 선박을 이용하여 은밀히 무기를 운송하는 의혹의 장면이라 여겨져 지역을 확대하여 좀 더 살펴보았다.

한반도 야경 

한반도 야경. 남한 주요 도시에서 별빛처럼 많은 불빛이 환히 빛이 나는 반면,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대부분 칠흑 같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다. /사진=JPSS VIIRS(해상도 460m)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야경을 찍은 위성사진인데, 우리에게는 익히 알려진 장면이다. 동북아에서 밝은 불빛이 각국 주요 도시의 밤거리를 환하게 비추며 잠 못 이루는 불야성의 밤을 연출하는 반면에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칠흑 같은 깜깜한 어둠에 잠겨 있다. 북한 전력 사정이 듣던 대로 어렵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위성사진을 보면, 부산 인근 동해에서 불빛의 무리가 식별되는데, 이들은 고기잡이 선단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징어잡이 어선들로 추정되며,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오징어를 잡기 위하여 집어등을 환하게 밝혀놓았을 것이다. 우리 동해에서 기후변화로 근래에 어장이 이동하면서 오징어가 잡히질 않아서 ‘금징어’라고 불린다는데, 이날은 그래도 잡히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두만강역과 하산역 야경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유일한 육상 교통로인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에서 심야 시간에 불을 밝혀 놓았다. 미상의 은밀한 활동이 야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된다. /사진=Planet Labs(배경)+JPSS VIIRS(반투명 중첩)

한반도 최북단에 북-중-러 3개국이 만나는 접경지대가 있다. 이곳은 육상 교통수단인 열차 철길이 북한과 러시아 사이를 연결하는 유일한 곳이다. 두만강역에서 북-러 우의교를 지나 5.3km에 이르면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한다. 북한과 러시아 간에는 열차 궤도가 달라서 하산역에서 열차 바퀴를 갈아 끼운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9월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하산역에서 열차 바퀴를 교체하는 막간을 이용해서 러시아 측에서 붉은 카펫을 깔아주고 김정은에게 국빈 영접 세리머니를 했다는 것이다. 철길은 하산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며, 세계 최장거리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경유하여 유럽까지 연결된다.

야간 조도영상을 보면 두만강역과 차량기지, 하산역 그리고 북-러 우의교에서 불빛이 포착된다. 2월 초 한겨울 추운 새벽 1시 30분에 미상의 활동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러 간 물자교류를 통한 은밀한 무기 거래가 새벽 시간에 이뤄지는 정황으로 판단된다.

위성사진은 고해상의 Planet Labs 영상(해상도 3m)을 배경으로 하고, 그 위에 조도영상 JPSS VIIRS(460m)를 청색으로 반투명 처리해서 중첩한 것이다. 영상처리 및 GIS 소프트웨어는 ERDAS와 ArcGIS를 각기 이용하였다.

나진항 야경

나진항 부두에서도 야간 불빛이 식별된다. 심야에 선박을 이용한 화물 운송 관련 활동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사진=Planet Labs(배경)+JPSS VIIRS(반투명 중첩)

북한 나진항에서도 불빛이 포착되었다. 나진항은 두만강역에서 남서로 34km 거리에 있다. 부두 위쪽으로 평양과 라선시를 잇는 평라선이 지나고 있으며, 이 철길에서 지선이 갈라져 나와서 부두까지 이어진다. 이곳에 세 개의 부두가 있는데, 1번 부두는 중국이 임차해서 쓰고, 2번 부두는 북한이 사용하며, 3번 부두는 러시아가 50년간 임차했다고 한다. 나진항에서도 야밤에 불을 켜 놓은 것이 선박을 이용한 북-러 무기 거래 활동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나진항에서 선박에 실린 화물은 러시아의 두나이 군사항으로 운송되며, 열차를 이용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연결된다.

마무리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외에서 수차례 보도된 북-러 간 무기 거래 의혹 활동이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야간 조도 위성영상에서 두만강역과 나진항에서 심야 시간에 불을 밝혀놓고 은밀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조도영상에서 해상도(460m)가 낮아서 화물을 실은 열차나 선박은 식별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상과 육상 루트를 통한 양국 간 물자 거래 의혹이 심야 불빛 장면에서 식별되었다. 북한이 세계의 이목을 피해 야간을 이용한 화물운송 수단을 택했을 수도 있다. 금번 야간 조도영상을 이용하여 희미하나마 이들의 야간 불법 의심 활동이 포착된 것이다. 고해상 위성사진을 겸용한 지속적인 추적 감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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