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김정은은 통일이라는 개념을 없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뜻에 따라 그동안 ‘우리민족끼리 북남(남북) 통일’을 주장했던 북한은 하루아침에 영구 분단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김정은 유턴 결과 중 하나는 남한 호칭 방식의 변화다. 2024년 1월 16일까지 북한 매체는 ‘남조선’이라는 말을 썼지만 이제는 대신 ‘한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종결 후에 분열된 나라들 중 민족 자칭이 다른 곳은 한반도뿐이었다.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에서 같은 ‘도이체(Deutsche)’ 민족은 살았다. 베트남민주공화국과 베트남국은 같은 ‘응으어이 비엣(Người Việt)’ 민족국가들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도 중화민국도 같은 ‘종후아민쭈(中華民族)’의 땅이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상황은 달랐다. 아니면 ‘조선반도에서 상황은 달랐다’고 해야 하는가? 왜냐하면 1945년부터 1948년까지 과거 조선왕국, 대한제국, 일본령 조선의 영토에서 사용했던 자칭은 ‘조선’이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아니면 ‘남조선’에서?) ‘한국’이라는 국호가 전해진 날은 1948년 6월 7일이었다. 국호 문제에 대한 제헌의회 투표의 결과는 ‘대한민국’ 17표, ‘고려공화국’ 7표, ‘조선공화국’ 2표, ‘한국’ 1표였다. 그렇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정해졌다. 나중에 1950년 1월 16일 제정된 국무원 고시 제7호 ‘국호 및 일부 지방 명과 지도 색에 관한 건’은 ‘우리나라의 정식국호는「대한민국」이나 사용의 편의상「대한」또는「한국」이란 약칭을 쓸 수 있되 북한 괴뢰정권과의 확연한 구별을 짓기 위하여「조선」은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선포하면서 ‘조선’이라는 국호를 없앴다.
1950년대의 ‘한국’ 개념과 지금 ‘한국’ 개념을 비교면 명확한 차이를 찾을 수 있다. 과거에 ‘한국’은 전체 한반도라는 뜻이었다. 일부 사전들은 ‘북한’을 ‘휴전선 이북의 한국’으로 정해졌다. 당시 ‘한국과 북한’이라는 말은 현재 ‘한반도와 북한’이라는 말처럼 어색했다. 옛 대한민국 지도에는 전체 한반도를 표기하거나 최소로 경기도와 강원도의 미수복 지역을 포함하였다. 현재에도 대한민국 헌법의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하지만 정부 지도도 대체로 이 원칙을 무시하곤 했었다.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 ‘조선’이라는 개념을 늘 ‘전체 한반도’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북한 말투에도 ‘분단의 정상화’ 경향을 볼 수 있다. 과거에 ‘공화국’이라는 개념은 ‘전체 한반도’라는 뜻이었다. ‘공화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약칭이었고 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주장하는 영토가 전체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을 ‘공화국의 북반부’라고 불러야 하였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이 진짜 쓰는 말을 보면 ‘공화국’이 곧 ‘북한’이라는 뜻이다. 즉, 북한 말투에도 어느 정도 분단의 현실은 정상화되었다.
그런데 그런 변화는 반통일 현실로 보기가 어렵다.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인정하는 것뿐이었다. 왜냐하면 상대측을 칭할 때 자칭과 같은 말을 사용하였다. ‘북한’이나 ‘남조선’이라는 말 자체는 통일하자는 단어이다.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한국 사람’ 또는 ‘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조선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반도 역사상 처음에 남북 자칭 차이를 무장화한 사람은 바로 김정은이다. ‘남조선’ 대신에 ‘한국’이라는 개념을 쓰는 것은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었다. 김정은의 메시지는 ‘너희는 우리와 같은 조선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조선인과 너희 한국인들은 일본인이나 중국인만큼 다르다’는 말이다.
통일을 반대하고 영구 분단을 내세우는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전략은 참 똑똑하다. 한국은 ‘한국’이라고 자칭하는 것을 그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 정치인, 대북방송 일꾼 또는 일반 주민까지 ‘한국’ 또는 ‘한국인’이라고 할 때마다 북한 당국은 ‘보라! 조선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했지! 우리와 전혀 다르다!’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라는 말 자체를 분단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과거에 상상할 수조차 어려웠지만 이제 김정은 정권 때문에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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