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내건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위원장 조용원 조직비서)가 최근 평안북도에 ‘제조업 중심 해외 합영회사 설립’을 골자로 하는 첫 지시를 하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는 지난 29일 평북 인민위원회로 내려왔다. 여기서 지방발전 중앙 추진위는 “룡암포 조선소와 북중기계연합기업소에서 선박 생산, 수리, 부품생산을 위한 전체 공정에서 해외 기업이나 개인과 합작 회사 또는 지사 설립을 추진하면 우선 승인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서 룡암포 조선소는 운반선과 화물선을 건조하고 있고 북중기계연합기업소는 내연기관, 냉동시설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경제력이 조금 있는 기업소를 꼭 짚어 합작이나 투자 유치를 종용한 셈이다.
소식통은 “기업 통제권을 외국기업이 다 가지지는 못하도록 합작 투자회사 형식으로 규정해 둔 것”이라면서 “외부의 투자를 통해 이미 있던 기업의 생산 정상화를 꾀하면서 ‘목표치’를 만들겠다는 복안 아니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평북 지역을 살리면서 함께 국가의 선박 공업발전과 높은 생산능력 조성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이라면서 “이에 이 두 기업소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평북은 물론 중앙 차원에서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중앙 추진위는 평북에 이 사업을 계기로 해외 합작·투자자들의 무역과 제조업의 성장을 규제하던 여러 국내 규정을 손보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규제를 30년 동안 예외로 둘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행정 시행 부칙도 마련 중에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고 한다.
중앙의 힘 실어주기에도 현지 간부들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단 중앙 추진위원장이 권력이 만만치 않은 인물(조직지도부 수장)이라는 점에서 자칫 ‘업무 태만자’로 몰려 ‘반동 분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외부 투자자 물색도 난항이 예상된다. 셀프 코로나 봉쇄 장기화로 인해 이미 중국의 많은 대방(무역업자)들이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현지에서는 “룡암포 조선소와 북중기계 연합기업소 합작 회사 설립과 투자자 물색은 평북 도당의 당 정책에 대한 관점 문제로 평가될 것”이라면서 “이에 해당 간부들은 대외 무역 및 합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새로 공장을 건설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 중앙 추진위는 지방산업, 경공업, 농업 분야를 핵심으로 계획을 구상하라는 지시도 하달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매년 20개 군(郡)에 현대적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의 물질문화생활 수준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으로, 김 위원장이 최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직접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김정은식(式) 신(新) 지방발전 정책이라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