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교화소 형기 단축 규정 변경 이유가 사망자 급증 때문?

김 위원장 비준 과업 받아 지난해 7월부터 바뀐 규정 시행…"당과 대중의 이탈 현상 막으려"

북한 수감시설 일러스트레이션. /일러스트=DALL.E(AI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

북한이 지난해 교화소 수감자 형기 단축 규정을 변경한 가운데, 이 같은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교화소 내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고 수감자들을 되도록 빠르게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게 핵심적인 목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구금시설 사정에 정통한 내부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 “코로나 3년여에 대한 전국 교화소 종합 총화를 지난해 3월에 진행했고 이후 6월에 원수님(김 위원장) 비준 과업을 받아 7월부터 변경된 형기 단축 규정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형기 단축 규정 변경은) 교화소 내 사망자를 철저히 줄이려는 게 핵심”이라며 “코로나 기간 교화소들에서 사망자 수가 급증한 일에 대한 대책으로 대사(사면)를 주어 (수감자를) 하루빨리 사회로 배출시켜 교화소 안에서 죽게 하지 말자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교화소 수감자가 교정 생활을 채 마치지 못하고 교화소 안에서 사망하면 그 가족은 물론 4촌, 5촌까지도 문건에 이른바 ‘빨간 딱지’가 붙어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사망자 한 명이 그 가족과 친척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만을 최소화해 민심 이반, 당과 대중의 이탈 현상을 막으려 형기 단축 규정을 변경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교화인들이 교화소 안에서 죽으면 가족, 친척들의 삶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남은 가족, 친척들을 당, 국가와 등지게 하거나 이탈할 수 있는 대중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규정 변경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화소는 사회보다 고된 노동과 불편한 집체 생활을 하게 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심각히 반성하고 정신 차리게 하는 곳으로, 개준(교정)이 목적이지 다 죽이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살려서 사회에 일원으로 내보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이번 형기 단축 규정 변경은 최근 당정책과 법 집행 방식, 사법 방침이 반영돼 형벌을 가하는 기간과 형기 단축 허용 기준을 사회주의 법제도에 맞게 구체화려는 의도로도 불 수 있다”며 “교화인에게 적용된 법조를 더 살피고 사상적 분류를 정확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타인의 생명, 건강, 인격을 침해한 범죄를 저질러 교화소에 온 수감자는 이전에 형기 단축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으나 죄질, 교정 생활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형기 단축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규정이 변경되면서 대상자로 추천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한다.

앞서 본보는 북한이 지난해 7월 교화소 수감자가 어떤 죄를 저질러 들어왔는지, 수감 기간 생활 태도는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형기 단축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규정이 변경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전국에 여전히 9개 교화소 운영…반동법 위반자 수감 늘어)

다만 반민족, 반국가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여전히 형기 단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반민족, 반국가 범죄자에 대해서는 단 하루의 형기 단축도 없고 고스란히 받은 형기를 다 살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은 “이전에는 교화소에 들어가 정신병에 걸린 대상을 꾀병이나 사기라고 하면서 몰아대거나 방치했는데 이제는 무조건 병리학적으로 판정해 병보석하거나 교화소에서 책임지고 치료한다는 원칙으로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법치국가 건설을 강조했는데, ‘법치’를 강화하는 기조 속에 객관적인 사법절차와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