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치활동으로 바쁜 北 대학생들 “국가에 방학 바치라니”

평양서 대학 다니는 지방 출신 학생들 양력설만 쇠고 올라와…"이렇게까지 해야 국가 일이 잘되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청년대학생들이 겨울철 방학 기간에 사회정치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평양화력발전소에 나간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학생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대학생들이 방학에도 쉬지 못하고 공장, 기업소, 농장들에 나가 선전 및 지원 사업 등 사회정치활동을 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전국의 대학생들이 인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선동에 나설 데 대한 지시를 받들어 도시와 농촌에서 여러 방식으로 사회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평양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지방 출신 학생들은 고향에서 뜻깊게 방학을 보내려 했던 마음을 비우고 평양에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방 출신 학생들은 양력설을 쇠고 곧바로 평양으로 올라와 사회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고향집과 가까운 주변에서 해도 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눈에 띄지 못하는 지방보다 평양에서 활동해야 충성심을 더욱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대학생들은 사회정치활동을 벌인 곳에서 실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증명서를 떼 대학에 제출해야 하는데, 돈 있고 힘 있는 집안의 대학생들은 공장, 기업소, 농장을 찾아다니며 사회정치활동을 하고 증명서를 떼는 것이 귀찮고 성가시다면서 돈이나 담배 등 뇌물을 고이고 증명서를 만들어 대학에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렇지 못한 대학생들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매일 생산 현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일감이 없는지 찾고 돕는 등 자신들의 활동을 최대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대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바쳐 경제선동에 나서라는 게 국가의 요구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부과된 겨울방학 과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그래서 어떤 대학생들 속에서는 ‘방학을 국가에 바치라는 말은 살다가 처음 듣는 말이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국가 일이 잘되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학에 고향에 내려가 친구들과 회포도 풀고 따뜻한 집밥을 먹으며 방학 과제도 하고 다음 학기 준비도 하려 했던 지방 출신 학생들은 양력설만 쇠고 바쁘게 평양에 올라와 사회정치활동에 억지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 영 기분이 나지 않는다며 삐죽거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돈 없고 힘없는 대학생들은 낮에는 사회정치활동에, 저녁에는 방학 과제 수행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라며 “방학 과제를 하려면 도서관에도 다녀와야 하고 컴퓨터(컴퓨터)로 해야 하는 잡다한 과제들도 많아 전기가 있는 곳을 찾아다녀야 해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