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인터뷰] 장사하는 주민들 “자체로 먹고살 수 있게…”

[신년기획-北 주민에 새해 소망을 묻다④] 가장 힘든 것은 단속…"먹는 문제 풀어주길"

[편집자 주]
3년여 간의 코로나 국경 봉쇄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꽁꽁 닫혀있던 국경이 서서히 열리고 인적·물적 왕래도 이뤄지고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 속도는 느리기만 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어김없이 농업 생산량 증대, 국방력 강화를 외치며 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회복기를 맞은 지금, 북한 주민들이 가장 소망하고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데일리NK는 2024년 새해를 맞아 다양한 북한 주민 인터뷰를 연재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합니다.
북한 양강도 국경 지역의 시장 주변 거리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알곡, 전력·살림집 등 각 부문의 지표를 일일이 열거하고 “인민 경제 발전 12개 고지가 모두 점령됐다”, “인민 경제 전반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코로나19 등 여러 난관과 시련에도 자력갱생으로 경제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끄떡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황금빛 논밭, 화려한 조명으로 밝힌 도시의 야경, 알록달록 색깔을 입혀 보기 좋게 지어놓은 살림집 사진들을 실으며 ‘사회주의 조국은 행복의 요람’이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리며 땅이 꺼지게 한숨짓는 주민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민 경제의 중심인 장마당이 휘청이자 주민들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지금도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데일리NK가 인터뷰한 양강도, 함경북도 주민은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돈이 없어 아파도 약을 사 먹을 수도 없는 게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이라 전하고 있다. 장사 활동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통해 현재 북한 주민들이 처한 실정과 이들이 바라는 새해 소망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어떤가? 직접 겪고 있거나 목격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달라.

양강도 주민(이하 A): “세상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어렵다. 쌀이 없어 통강냉이를 삶아 한 줌씩 먹으며 살아가는 집도 있고 물로 배를 채우며 굶주림에 쓰러져 죽지 못해 살아가는 집도 있다. 또 쓰레기장이나 길 골목골목에 가족 꽃제비가 쪼그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 있는데 이는 모두 생활난이 빚어낸 결과다. 갈수록 막막해서 한숨뿐이다.”

함경북도 주민(이하 B):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주민들이 늘고 있다. 병에 걸린 환자들은 돈이 없어 필요한 약을 사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못사는 정도를 넘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는 ‘원수님 고맙습니다’, ‘내 나라 제일 좋아’를 외쳐야 하니,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지난해를 돌이켜볼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A: “주민들의 생활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민반이나 여맹에서 내라는 것밖에 없어 힘들었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눈만 뜨면 꽃제비가 늘어나는 현실에도 내라는 것뿐이고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망신을 주니 오죽하겠는가.”

B: “단속과 통제다. 장마당 자리도 없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주민들은 단속원들에게 쫓기고 잡히면 물건을 회수당하기 일쑤다. 단속당한 물건을 찾으려면 짐승 취급을 당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끔찍할 뿐이다.”

-올해 소망이 있다면?

A: “지난해에 살림집을 많이 지어 주긴 했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다. 새해에는 보이는 것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먹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풀어주기를 바란다.”

B: “새해에는 자체로 벌어 먹고살 수 있게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생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요 몇 년 동안 겪은 고생과 아픔이 끝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