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혐의로 국가보위성의 조사를 받았던 주민이 결국 누명을 벗었지만 풀려난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구금소에서 자행된 폭행과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으로 파악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지난해 낙서 혐의로 잡혀 국가보위성에서 8개월 간 조사를 받고 풀려난 40대 남자가 지난 10월 갑자기 사망했다”며 “낙서 혐의는 무죄로 판명됐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9월 혜산시에서 국가를 비난하는 내용을 낙서한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국경 지역 낙서 사건 발생에 “인민반 경비 강화” 또 다그쳐)
국가 비난 낙서가 발견되자 보위부는 혜산시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필체 조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A씨의 필체가 해당 낙서의 글씨체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용의자가 된 것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를 확인하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CCTV가 설치돼 있더라도 전력 부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A씨가 아무리 본인은 낙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도 증거가 없어 누명을 벗을 길이 없었다.
보위부에 체포된 A씨는 도보위국 구류장에서 7일간 조사를 받은 후 도보위국 구금소로 이감됐으며 지난해 12월 중순께 국가보위성으로 넘겨져 강도 높은 조사를 받다가 지난 8월 무혐의로 풀려났다.
도보위국 구금소와 국가보위성 조사 기관은 간첩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구금돼 조사를 받는 곳으로 한번 들어가면 살아 나오는 것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가혹한 폭행과 고문이 이뤄지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소식통은 A씨가 국가보위성 조사를 받고 풀려났을 때 “사람의 몰골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몸이 성성한 데가 하나도 없어 걷기도 힘들어 했고 뼈에 가죽만 씌운 듯한 모습이 무서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A씨는 집에 돌아와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두 달간 시름시름 앓다가 지난 10월 끝내 세상을 떠났다.
소식통은 “여기(북한)는 글체가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잡아다가 죽을 만큼 때리고 고문해도 누명을 벗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곳”이라며 “가족과 친척, 동료들은 그의 죽음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분노를 표현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 보위부는 혐의가 확실하지 않아도 혐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거나 심지어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자칫 억울함에 대한 호소가 국가보위성에 대한 반발로 비춰질 경우 삼대가 멸족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많았으면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그런 낙서를 한 게 오히려 대단하다’는 말을 하며 낙서범 편을 들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왜 국가를 비난하는 낙서를 했는지 그 이유는 알려고 하지 않고 생사람을 잡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보위부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증거도 없이 무조건 간첩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혜산시 인민반 경비초소에 국가를 비난하는 낙서를 했던 범인은 현재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