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지역 낙서 사건 발생에 “인민반 경비 강화” 또 다그쳐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경비 느슨… "내부에 숨은 적 준동 못하도록 철저한 경계 태세 갖추라"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국경 지역에 인민반 자위 경비를 그 어느 때 보다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달 말 혜산시 인민반들에 ‘인민반 자위 경비를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라’는 시 인민위원회 지시가 내려졌다”며 “지시에는 인민반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동향과 유언비어를 철저히 장악해 내부에 숨어 있는 적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경계 태세를 갖추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인민반 경비초소에 국가를 비난하는 내용의 낙서가 발견되면서 느슨해진 인민반 경비를 강화할 것을 또다시 재촉하고 나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 오후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주야로 나눠 인민반 경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경비에 동원되는 주민들이 경비초소에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주야 경비를 수행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 사태 종식을 언급하며 비상방역전 승리를 선포한 뒤 북한 국경 지역에는 주민들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는 분위기가 나타났다고 한다.

중국과 맞닿은 국경 지역에서는 여전히 비상방역 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인민반 경비가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라는 게 실제 소식통의 이야기다. 외지인이 들어와도 인민반에 제대로 보고도 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주민들에 대한 장악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혜산시 혜화동의 한 인민반 반장은 생계 활동이 시급한 주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주간에는 인민반 경비를 한 명씩만 세우고, 야간에는 경비를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혜화동의 한 인민반에서는 저녁에 경비를 서는 주민들이 동사무소 일꾼들이 인민반 경비를 검열하는 시간대에만 밖에 서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경비초소에 들어가 자기도 하는 등 형식적으로 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인민반 경비초소에 국가 비난 낙서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일 경비를 서던 주민은 누군가 낙서하고 간 사실도 모른 채 자다가 아침이 돼서야 낙서를 발견하고 보위부에 신고했다는 전언이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인민반 경비를 강화하라는 지시가 다시금 내려지게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 낙서 사건으로 보위부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면서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보위부는 주민들의 필자추적 등 비롯해 다양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