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 찾아왔지만 아직 방풍 장치 하지 못한 세대 많아”

경제난 속에 땔감부터 마련하느라 방풍 장치 살 여유 없어…혜산시 60% 세대가 방풍 못 해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사진=데일리NK

북한의 북부 지역인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겨울 추위가 찾아왔지만, 많은 주민이 경제난으로 인해 한기(寒氣)를 막는 방풍 장치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국경 지역인 혜산시, 삼지연시는 물론 갑산군 등에도 추위가 찾아와 쌀쌀한데 아직 많은 세대가 경제난으로 살림집에 방풍 장치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고 어떤 집들은 아예 설치하기를 포기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양강도와 함경북도는 북한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을 끼고 있는 양강도 삼지연시의 경우에는 겨울이 되면 기온이 영하 20~30도 아래까지 뚝 떨어지기도 한다. 이에 북부 지역 주민들은 겨울철 한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통상 10월 말부터 11월 초에는 주택에 방풍 장치를 설치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봉쇄로 많은 주민이 경제난을 겪으면서 방풍 장치는 생각지도 못 한 채 겨울을 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활이 그나마 나아져 방풍 장치를 설치한 세대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설치하지 못한 세대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10세대 중 6세대 즉, 60%가 현재 방풍 장치를 못 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겨울철 난방과 취사에 필요한 땔감 마련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일단 땔감부터 구하려 하고, 방풍 장치 설치는 그다음으로 여긴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코로나 때 나무도 쌀처럼 하루 벌어 하루 보장하듯이 조금씩 사면 양도 적고 돈도 많이 들어 손해가 크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그래서 올해는 날씨가 추울수록 비싸지는 나무나 석탄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거나 돈이 부족하면 외상으로 당겨서라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풍용 비닐 박막 가격은 지난해보다 내렸으나 비닐 박막을 살 돈으로 땔감을 사야 하니 결국 방풍 장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경북도 주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금같이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실정에선 겨울을 나기 위해 제일 필요한 화목(火木)을 마련하는 데도 부담이 크다”면서 “때문에 현재로서는 주민들이 방풍할 마음의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방의 주민들은 난방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집에 살기 떄문에 추운 날씨에 불을 때지 못하면 매일 아침 찬물에 세수해야 하고 꽁꽁 언 방에서 지내야 한다. 그래서 겨울나기에는 땔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방풍 장치는 후차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양강도나 함경북도의 주민들은 1차로 창문 유리와 유리 틈, 모서리들에 넓이가 1.5~2cm 정도 되는 종이를 풀에 발라 붙인 다음 2차로 비닐 박막으로 창문 전체를 덮는 식으로 추위에 대비한다. 또 출입문에는 비닐 박막으로 된 덧문을 하나 만들어 달거나 보온용 깔판이나 종이로 된 박스를 접어 붙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돈주나 간부들처럼 생활 수준이 높은 세대들은 고급 창문과 출입문을 설치해놓기 때문에 방풍 장치가 따로 필요 없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